기자협회 “부끄러운 바이라인 남기지 말라” 성명

기자협회 “부끄러운 바이라인 남기지 말라” 성명

기사승인 2013-07-05 03:07:01
[쿠키 사회]
한국기자협회가 4일 저녁 한국일보의 경력기자 공채에 관한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부끄러운 바이라인을 남기지 마십시오”

- 혹시라도 ‘짝퉁 한국일보’의 경력기자 공채에 응할지 모르는 동료들에게 -

동료기자여러분,

특히 공채에서 내세운 자격기준인 “신문ㆍ통신ㆍ방송사 경력2년 이상”인 기자 여러분. 기자라면, ‘기자의 눈’으로 한국일보의 현 상황을 봐주십시오. 한국일보의 장재구 회장은 노동조합원과 비조합원을 포함해 모든 기자들이 제작 거부나, 파업 등 쟁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편집국을 봉쇄하고 펜을 빼앗았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기자들이 사주의 비리를 검찰에 고발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사회의 온갖 부정부패를 파헤쳐 진실을 알려야 할 사명이 있는 당신, 만약 이 사태를 취재했다면 어떻게 보도할 것입니까.

장재구회장은 왜 경력기자 공채를 하려할까요?

“자신을 보위하기 위한 ‘구사대’ 모집이군.” 3일 한국일보 1면에 난 공채 공고를 본 다른 언론사 기자들조차 이렇게 말합니다. 현재 장 회장의 뜻을 따라 연합뉴스로 연일 도배된 ‘연합일보’, ‘종이뭉치’를 만들고 있는 기자는 10명뿐입니다. 이들을 제외한 편집국의 절대 다수인 180여명의 기자들은 단합해 장 회장의 ‘보복ㆍ부당인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장 회장은 편집국 봉쇄에다
‘짝퉁 신문’ 제작으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자신의 뜻에 따라 신문을 제작해줄 ‘꼭두각시 사원’을 뽑으려 공채까지 냈습니다.

장 회장은 어떤 인물입니까? 한국일보의 상징인 중학동 옛 사옥에 싼 값에 입주 할 수 있는 200억원 가치의 우선매수청구권을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써버린 ‘부패 사주’입니다. 취재비, 야근수당, 연차수당, 출장비, 통신비… 수년 간의 체불에도 신문 하나 제대로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버텨온 기자들을 거리로 내몬 ‘악덕 사주’입니다.

지난해 한 방송사 파업 당시 뽑힌 시용기자들은 양심을 버린 대신 적어도 임금이나 인사에서 유리한 특혜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수당을 제때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특혜일 겁니다.

그래도‘한국일보에 지원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요?

그렇다면 한국일보 기자로서 명함을 파기 전에 당신이 서명해야 할 문서는 ‘근로제공 확약서’입니다. 이런 문서, 들어보기나 하셨나요? “회사에서 임명한 편집국장 및 부서장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약한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퇴거요구 등 회사의 지시에 따르겠다”는 내용입니다. 노조의 편집국장 임면동의 투표 등 노사간 맺은 편집윤리강령을 전면 부정하는 내용일 뿐 아니라 기자를 그저 사측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폄훼하고 있습니다. 이런 ‘충성맹세 서약서’에 서명하고도 출입처에서, 현장에서 당당하게 취재할 수 있겠습니까?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언론사 파업과 달리 우리 기자들은 파업 중이 아닙니다. 쟁의 행위가 아닌 상황에서 회사가 부당하게 편집국을 폐쇄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법원에 부당한 폐쇄를 풀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출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법적 대응을 하고 있고, 조만간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회사의 의지와 상관 없이 우리는 편집국에 복귀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경력기자에 응시하신 분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 있습니다.

부끄러운 바이라인을 남기지 마십시오

현재 한국일보는 창간 59년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런 순간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기자들은 거리로 내몰리면서도 이 신문을 바로 세우려 싸우고 있습니다. ‘정의는 불의를 이긴다’는 희망 하나 품고서 말입니다. 한국 언론사에서 최악의 사주로 기억될 장재구 회장과 손잡고 ‘짝퉁 한국일보’에 불명예스런 바이라인을 남기고 싶습니까.

한국일보 기자들이 호소합니다. 불의의 세계에 발을 디뎌 당신의 이름을 더럽히는 우를 범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동료 기자로서, 한국일보 기자들의 힘겨운 싸움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십시오. ‘경력기자 공채’라는 꼼수를 쓰는 장 회장과 그의 무리를 규탄하십시오. 기자로서 당신의 양심과 명예에 호소합니다.

한 국 기 자 협 회

한국일보 바로세우기 위원회·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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