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섭 네파 대표, 해외브랜드 상표권 선점 ‘꼼수’… 업계 “파렴치한 행동” 비난

김형섭 네파 대표, 해외브랜드 상표권 선점 ‘꼼수’… 업계 “파렴치한 행동” 비난

기사승인 2013-08-01 16:54:01

국내 상표법 악용 논란… 스노우피크 ‘울며겨자먹기’ 의류라이센스 양도

[쿠키 생활]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대표 김형섭)를 키운 평안엘앤씨 김형섭 前 대표가 해외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상표를 국내에 먼저 등록하고 상표권의 권리를 주장해 해외 업체와 오랜 분쟁을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파렴치한 행동”이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현재 평안엘앤씨 측은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해외브랜드의 상표를 수십 개나 보유하고 있어 향후 또 다시 상표권 분쟁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김형섭 전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스노우피크 잭울프스킨 그레고리 노로나 아크테릭스 콩 등 수많은 해외유명 업체의 상표를 국내에 등록했다. 이들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올 경우 평안엘앤씨와 상표 소유권 분쟁의 여지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실제 이 중 일본 회사인 스노우피크는 평안엘앤씨가 2003년 스노우피크 상표를 국내에 먼저 등록한 탓에 2006년부터 국내 특허청을 대상으로 상표권 등록 거절에 대한 분쟁을 벌였다. 스노우피크는 오랜 분쟁 끝에 2011년 12월 의류 신발 모자에 대한 권리를 평안엘앤씨에 양도하는 한편 네파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제품을 판매한 바 있다.

명품아웃도어로 불리는 아크테릭스 역시 김 전 대표가 2004년 국내에 상표를 등록했다가 상표권 분쟁을 통해 등록이 거절됐다. 노르웨이 브랜드인 노로나는 지난해부터 롱코트 파카 레인코트 등 상품별취소를 진행하고 있다.

등산 배낭으로 유명한 그레고리는 2009년 이의신청을 통해 특허분쟁을 벌였고, 평안엘앤씨는 상표품목에서 가방류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만을 2012년 7월에 새로 등록했다. 가방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상표특허는 여전히 평안엘앤씨에 있다.


상표권 분쟁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들은 이번 사례가 상표권 침해라고 단정했다. 현행 상표법상 정당한 권리 없이 동일 상표를 사용할 목적 또는 사용하게 할 목적으로 소지하는 예비적 행위도 상표권 침해로 간주된다. 다만 현행법은 선등록자의 권한이 절대적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올해 10월 상표 브로커를 규제하기 위한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상표권 침해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해외에 기존에 있던 상표라 해도 선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에 먼저 상표를 출원해 등록하면 상표권자에게 사용권이 주어지는 국내법을 악용한 사례”라며 “해외 업체는 국내에 들어올 때 등록취소 소송을 벌이거나 어쩔 수 없이 권리금을 주고 상표를 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상표출원권자에게 독점 사용권이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여진다”며 “국내에서만 상표등록된 것이기 때문에 해외 분쟁의 소지는 없겠지만 도덕성 논란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평안엘앤씨는 지난 수년 간 소비자들 모르게 이들 업체와 상표권 분쟁을 벌여온 것으로 나타나 향후에도 이 같은 분쟁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동종업계는 이 같은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A업체 대표는 “수천억의 수익을 내는 회사에서 이런다는 것이 한심하다”며 “국내에 먼저 등록해 놓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다가 스노우피크도 할 수 없이 의류라이센스를 준 것으로 안다. 남의 것이 분명한데 국내법을 악용한 것 아니냐, 이는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B업체 이사는 “법률상 문제가 없다 해도 동종업계의 해외 상표를 등록해 장사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해외업체가 분쟁 끝에 국내에 들어온다 해도 이미지도 나쁠 것이고 분쟁의 여파는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평안엘앤씨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취재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한편 평안엘앤씨는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를 2005년 매출 3억 원에서 2012년 4200억 원으로 키운 회사다. 네파 이젠벅 PAT의 모회사로 올해 1월에는 네파를 사모펀드에 매각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추가] 평안엘앤씨의 대표이사는 2013년 2월 1일부로 김알버트해리로 변경됐습니다. 김알버트해리는 전 평안엘앤씨 대표이자 현 네파의 대표인 김형섭씨의 친동생인 김형건씨로, 미국 국적 소유자입니다. 평안엘앤씨 상무와 부사장을 거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습니다.

평안엘앤씨의 특허청 상표권 등록과 해외브랜드와의 상표권 권리 분쟁 등은 김형섭씨가 평안엘앤씨 대표로 재직할 당시의 일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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