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콘서트장 아닌 공항에 모이는 팬들… 공항은 ‘몸살’중

[친절한 쿡기자] 콘서트장 아닌 공항에 모이는 팬들… 공항은 ‘몸살’중

기사승인 2013-11-05 16:14:00
[쿡기자] 요즘 연예인 팬클럽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요. 가수의 콘서트장도, 방송국도 아닌 바로 공항입니다.

의아하시다고요? 최근 연예인들의 해외 일정이 부쩍 늘자 덩달아 그들의 ‘공항패션’이 화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독특한 팬클럽 문화도 형성됐습니다. 스타들의 공항패션을 직접 보기 위해 팬들이 공항을 찾는 것이죠. 유형도 다양합니다. 해외로 출국하는 스타에게 해외에서 유용한 선물을 쥐어주거나 배웅하는 ‘엄마’형 팬, 출국하는 스타를 고가의 전문 장비로 촬영해 팬사이트 등지에 올리는 ‘자료실’형 팬 등입니다.

심지어 스타의 해외 일정에 동행하는 ‘사생팬’(스타의 사생활까지 일일이 쫓아다니는 팬)들도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타는 비행기를 함께 예매하는 것은 요즘 사생팬들에게는 기본이랍니다. 이들은 스타와 함께 출국하며 면세구역 내에서까지 그들의 일상을 찍어 다른 팬들과 ‘공유’합니다. 심지어 잠자는 스타를 비행기 내에서 몰래 촬영하는 팬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팬 문화가 점점 과도해지며 공항 관계자들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항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구역인데다 보안도 엄격합니다. 보안 문제로 인천공항 내부는 촬영이 금지돼 있지만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공항에서 스타를 따라다니는 ‘카메라 부대’는 흔한 광경이죠. 인천공항 보안관계자는 “개인적인 기념 촬영까지 일일이 제지할 수는 없으나 팬들이 촬영하는 스타의 사진은 외부 배포가 주 목적”이라며 “엄격히 제지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공항패션’ 촬영은 국내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대세돌’이라는 별명을 얻은 남자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멤버 찬열(22)은 지난 달 25일 SBS ‘정글의 법칙 in 미크로네시아’편을 촬영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죠. 팬들은 찬열을 따라가 미국 괌 공항에 경유하는 모습까지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배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해외와 국내를 막론하고 촬영 허가를 받지 않은 보호구역 내부 촬영은 엄연한 보안 규정 위반”이라고 공항 관계자는 지적합니다.

촬영뿐이 아닙니다. 스타를 기다리는 팬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공항 이용객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달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SM콘서트가 끝난 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아이돌 그룹은 동방신기, 샤이니, 소녀시대 등 열 팀 가까이 됐는데요. 스타를 기다리기 위해 김포공항에 아침부터 진을 친 팬들은 1000여명. 스타가 입국하자 일제히 일어나 게이트로 몰려드는 팬들 때문에 공항 이용객들은 길을 돌아가거나 인파에 밀려 넘어지는 등 뜻밖의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스타의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팬 문화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만큼, 그에 발맞춘 팬클럽의 성숙한 자세 또한 촉구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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