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류현진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한화그룹이 류현진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기사승인 2013-11-21 16:17:00

[쿠키 경제] 코리아몬스터 류현진이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방송출연, 광고촬영, 자선행사 등 미국 활동에 버금가는 스케줄을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류현진이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루키시즌을 보내며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LA다저스의 스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광고모델 러브콜은 예상대로 많았다. 앞서 LG유플러스와 식품업체 오뚜기에서 류현진을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금융권에서도 류현진 모시기 경쟁이 치열했다. 금융업 특성상 회사 이미지가 매출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류현진은 광고모델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결국 한발 앞서 류현진과 접촉한 NH농협금융이 2년에 18억이라는 거금을 주고 광고계약을 체결했다.

사실 기업입장에서 스포츠선수와의 광고계약은 많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성적에 따라 이미지가 확 변하기 때문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그룹 소속 스포츠선수의 경우 광고계약도 옵션에 있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지만 이외의 경우 스포츠스타는 꺼리는 추세다. 자칫 슬럼프에 빠지거나 부상을 당한다면 오히려 이미지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 NH농협금융이 고민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NH농협금융에서는 일찌감치 류현진을 광고모델로 점찍었다. 정규시즌이 끝나는 대로 계약을 하려 했지만 포스트시즌 일정상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 부진하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이어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서도 앞서 2경기를 먼저 내준 부담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어서 더욱 고민이 깊어졌다. 만약 최악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대량실점에 다저스의 탈락의 주범으로 찍힌다면 정규시즌에서 보여줬던 이미지가 단번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하기로 방침을 세웠지만 모델의 최근 행보에 따라 갑자기 뒤집어지는 사례는 종종 나온다. 류현진도 포스트시즌에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 점은 광고모델 최종 발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류현진은 최고의 피칭을 보이며 한국인 최초 포스트시즌 승리투수가 됐다. 결국 농협금융은 예정대로 거액의 광고비를 주고 류현진과 계약했다.

최근 농협금융은 광고계의 큰손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해 출범 당시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소지섭, 손혜진 등 당대 최고의 배우를 기용했고, 이번에는 당대 최고의 스포츠스타까지 섭렵하면서 농협의 컨츄리한 이미지를 어느 정도 끌어 올릴 수 있을지 업계에서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출범이후 농협은 전산장애 사태와 고객정보 유출 등 크고 작은 이슈에 이미지에
타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며 “강인하고 우직한 류현진의 이미지를 이용해 얼마 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도 류현진 선수를 광고 모델로 염두에 뒀다고 한다. 한화하면 류현진이 떠오를 정도로 서로 ‘떼레야 뗄 수’ 없는 가까운 사이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결국 류현진을 광고모델로 쓰지 않았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이번 시즌 한화이글스의 성적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류현진이 떠나고 한화는 최악의 시즌을 보냈고, 류현진은 한화이글스가 아닌 LA다저스의 일원으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전 국민이 시청한 상황에서 다시 한화를 대표하는 광고모델로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국 기자 jkkim@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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