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부, 주민반대 호텔 건축 승인 영등포구에 권고

안행부, 주민반대 호텔 건축 승인 영등포구에 권고

기사승인 2014-03-25 17:43:01
[쿠키 사회] 정부가 주민 민원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관공호텔 설립을 승인하라고 자치단체에 권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상파 등으로 7시간 생중계된 ‘규제개혁 관련 끝장토론’ 이후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기 위한 움직임이 정부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주 관심사라고 합리적인 규제까지도 무분별하게 폐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지방규제개선위원회에서 영등포구 양평로 136 일대에 추진하고 있는 관광호텔 사업계획을 조속히 승인할 것을 인·허가기관인 영등포구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안행부가 조속한 승인을 권고한 호텔은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직접 주재한 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점검회의(끝장토론)에서 행정 규제 사례로 소개된 곳이다.

㈜한승투자개발(이하 한승)과 케이투호텔㈜는 지난해 3월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인접 2개 필지를 매입해 관광호텔 건립을 추진해 왔다. 총 600억원을 투입해 지하 4층·지상 14층(153실)과 지하 3층·지상14층(161층)짜리 호텔 2개동을 짓기로 하고 지난해 3월 토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호텔 건립계획은 학교보건법 규정에 막혀 차질을 빚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에서 50~200m 거리의 상대정화구역 안에는 호텔 등의 건립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들어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사업주는 행정심판까지 간 끝에 유흥주점을 설치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교육 관련 규제를 간신히 통과했다. 이런 와중에 호텔 건축 예정지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터로 남아 있다. 한승의 호텔 건립계획은 이제 구청의 인·허가 관문이 남아있지만 주민 반대가 여전해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신아파트를 비롯한 인근 7개 아파트 입주자 대표협의회는 호텔이 들어서려는 곳이 당산초등학교 등 5개 학교와 가깝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호텔 부지는 당산초등학교와 직선거리로 170m, 양평한신휴플러스 아파트단지와 40m가량 떨어져 있다.

한승 측은 지난 10일 영등포구 문화체육과에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관광진흥법 시행령(15조)에는 신청 12일 만에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아직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같은 시행령에는 ‘관련 기관 간 30일 이내에 협의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소방서, 수도사업소 등 등 관계 기관에서 아직 회신이 오지 않아 늦어지고 있는 것이지 승인을 일부러 미루고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주재 끝장토론 이후 공직사회가 합리적인 규제까지도 일단 없애고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행부가 이날 조속한 사업 승인을 권고함에 따라 호텔 건립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영등포구 행정국장은 한승 측과 인근 주민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한승 측도 지역 주민에게 호텔시설 건립 계획 등을 공개하고 해당 숙박시설이 유해시설과는 전혀 관계없는 시설임을 자세히 설명해 주민 우려를 해소하기로 했다.

안행부는 또 이날 오전 시·도와 시·군·구 부단체장 영상회의를 열어 규제개혁 장관회의 후속조처 이행지침을 전달했다. 안행부는 영상회의에서 도시계획위원회 등 자치단체의 각종 위원회 탓에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서면심의 확대, 회의 수시 개최 등을 시행하도록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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