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치료 패러다임 변화 서막

C형간염 치료 패러다임 변화 서막

기사승인 2014-04-30 17:21:01
1세대 DAA 표준치료서 퇴출…차세대 DAA 추가된 병용요법으로

[쿠키 건강] C형간염 치료에 선도적인 미국과 유럽 간학회는 2014년에 접어들며 대대적인 변화의 예고탄을 쏘아 올렸다. 개정된 표준치료에는 소포스부비르, 시메프레비르, 다클라타스비르와 같은 새로운 경구 약물(DAA)이 포함되며 표준치료의 왕좌에 올랐다.

이는 기존 인터페론 병용요법이 갖는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 기전의 약물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물론 강력한 효과를 자랑하듯 기존 치료 비용을 월등히 뛰어넘는 막대한 치료제 가격이 문제로 지적되지만 비용만 안정화된다면 패러다임의 변화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미·유럽 가이드라인이 변화 이끌어

만성 C형간염 치료는 C형간염바이러스(HCV)를 박멸해 감염으로 인한 간경변증의 합병증과 간세포암의 발생을 막고 사망을 예방하는 데 있다. 단기 치료목표는 치료 종료 24주에 검출 한계 50IU/mL 이하의 예민한 검사법으로 혈중 HCV RNA가 검출되지 않는 상태인 지속바이러스 반응(SVR)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 치료는 1991년 SVR 성적이 저조한 인터페론 알파 주사로 시작됐다. 이를 개선한 인터페론·리바비린 병용요법이 시행되다 현재 페그인터페론(알파)과 리바비린 병합요법이 국내 표준치료로 자리매김했다. 이 치료는 유전자형 1형의 경우 SVR 42~60%, 유전자형 2형은 76~90% 효과를 나타낸다.

치료과정의 불편함과 제한된 효과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 '치료반응에 따른 요법'과 1세대 DAA인 단백분해효소 억제제(PI) 보세프레비르(Boceprevir)와 텔라프레비르(Telaprevir)가 추가된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3제 요법이 2011년 미국과 유럽에서 유전자형 1형 환자의 표준치료로 확립됐다. HCV를 타깃으로 하는 혁신적인 제제들이 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3제요법은 초치료환자와 재발환자에서 기존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병합요법보다 SVR은 높였지만 부작용이 증가하고 1일 3회 복용이라는 불편함, 비용 문제, 내성발현의 위험성이 불거졌다. 또 1세대 DAA가 사이토크롬 P-450에 대사되므로 약물상호작용이 고려돼야 했다.

이에 최근 발표된 미국과 유럽의 C형간염 가이드라인은 보세프레비르와 텔라프레비르의 자리를 임상연구에서 효과와 함께 치료기간을 단축한 차세대 DAA 소포스부비르(Sofosbuvir)와 시메프레비르(Simeprevir)로 변경했다. 이 외에도 페그인터페론을 제외한 경구 약물 병용치료가 연구에서 효과를 입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DAA 도입 시간 문제

국내는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1세대 DAA도 아직 승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이 표준치료로 '치료반응에 따른 요법'을 이용하고 있지만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와 함께 부작용이 적은 DAA 국내 도입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보세프레비르 등 여러 DAA 약제가 허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해외 유수 학회에서 DAA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는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작년 발표된 국내 가이드라인은 새로 도출된 다양한 데이터의 업데이트를 남겨둔 상황이다.

여기에는 보험문제가 맞물려 새로운 경구 약제들이 국내에 도입된다고 해도 C형간염 진단 및 역학, 질병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고가의 신약에 정부지원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병태, DAA 영향에 관심

C형간염 치료 전 SVR의 강력한 예측인자로 바이러스 유전자형, 조직학적 섬유화정도, 숙주의 IL28B 유전적 다형성을 꼽는다.
IL28B는 인터페론에 대한 치료반응을 예상하는 데 이용된다. 국내 환자는 치료에 우호적 경향을 보이는 IL28B CC형 환자가 85~90% 수준으로 미국과 유럽의 일반적 환자분포보다 높다.

이에 DAA 치료 예상반응에 있어 3제요법 즉,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에 보세프레비르 혹은 텔라프레비르를 병합한 치료에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페그인터페론이 첨가된 처방에는 분명한 효과를 보이겠지만 인터페론이 빠진 DAA를 쓰게 되면 영향은 없는 것이다. 이는 유럽간학회 가이드라인에 새로운 DAA 단독 처방에는 IL28B가 의미가 없다고 명시된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국내 의료진 반응 엇갈려

개정에 포함된 약물의 강력한 효과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과연 고가의 비용을 내고 처방할 필요가 있는가와 어떠한 환자를 우선적으로 처방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2제요법과 3제요법에 있어 국내 대다수 전문가들은 유전자형 2형에 아직 DAA를 쓸 필요가 없다는 데 이견이 없다. 국내 환자는 IL28B가 대부분이라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6개월 치료에 SVR이 80% 이상 효과를 보이고 있다.

소포스부비르와 리바비린 3개월 치료가 SVR 90% 정도 수준인데 결국 10%를 늘리려 1억을 쓰느냐 350만원을 쓰느냐 비용의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원종혁 기자 jhwon@monews.co.kr
송병기 기자
jhwon@monews.co.kr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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