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의 역습이 시작됐다… "프랜차이즈 정점을 찍어""

"동네 빵집의 역습이 시작됐다… "프랜차이즈 정점을 찍어""

기사승인 2014-05-02 00:55:00
[쿠키 경제] “현재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제과시장은 1995년 일본을 보는 듯 합니다. 당시 일본의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고점을 찍은 뒤 천천히 하락세를 탔고 동네 빵집들이 약진하기 시작했어요.”

서울 지하철 시청역사에서 ‘누이애(愛)’ 단팥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형약 공동사장은 “국내 프랜차이즈 빵집은 정점을 찍었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누이애는 하루 평균 700명이 찾고 있다. 매일 팔리는 빵만 3500개나 된다. 5개월 만에 매출은 50~60%가 뛰었다.

한동안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밀려 맥을 못 추던 동네빵집의 ‘역습’이 시작됐다. 승부수는 맛이다. 국내 대표적 동네빵집 이성당도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5일 문을 연다. 전북 군산에 있는 본점 이외에 오픈하는 첫 매장이다.

1920년 이즈모야 과자점을 인수해 45년부터 지금 상호로 장사를 한 이성당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빵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단팥빵과 야채빵으로 군산지역의 명물 빵집이 된 이성당은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4월 롯데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한 두달 짧게 운영하는 상점) 행사를 진행했을 때도 1주일간 2억5000만원을 벌었다.

잠실점은 270㎡ 규모로 군산 매장보다는 작지만 현지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100억원을 넘게 투자해 지은 군산공장에서 빵 반죽을 만들어 잠실점에서 굽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에서 중량이 1t에 달하는 오븐을 공수해 왔다. 김현주 이성당 대표는 1일 “맛을 온전히 재현하려면 설비뿐만 아니라 빵을 만드는 사람도 중요하다”며 “군산에서 철저히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잠실 매장에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이애 단팥빵집도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33㎡ 규모의 작은 빵집이지만 늘 매장 앞엔 20~30명이 줄지어 서 있다. 이 사장의 경영철학은 손님들에게 빵 하나로 맛과 추억을 주는 것이다. 맛에 충실하기 위해 재료가 떨어지면 과감히 문을 닫는다. 시청역 인근에 최근 85㎡짜리 연구소 겸 공장도 만들었다. 그는 “재료 준비부터 기본을 철저히 지킨다”면서 “호두는 깨끗이 씻어 2시간 이상 말려야 하고 냉동 생지는 절대 쓰지 않는다”고 했다.

고객과의 소통은 누이애의 또 다른 무기다. 서초동에서 빵을 사러 오는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와 이 사장은 이미 친구사이다. 검정 고무신을 신고 오는 할머니도 그의 휴대전화 번호를 땄을 정도다. 이 사장은 “주변에 프랜차이즈 빵집을 하다 망한 친구들이 많다”며 “손님들은 이제 추억과 맛을 주는 빵집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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