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지하철 방독면은 어떻게 쓰는 거야?"… 허술한 재난안전교육"

"[세월호 침몰 참사] "지하철 방독면은 어떻게 쓰는 거야?"… 허술한 재난안전교육"

기사승인 2014-05-11 20:06:00
[쿠키 사회] 직장인 최모(51·서울 동대문구)씨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한다. 1호선 청량리역이 그가 출퇴근 시 이용하는 지하철역이다. 최씨는 요즘 지하철역사 안을 주의 깊게 살펴보곤 한다. 세월호 참사와 지하철 2호선 열차 추돌사고 등 잇따르는 사고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승강장 여기저기에 화재용 마스크와 소화기, 소화전 등 각종 소방장비들이 비치돼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최씨는 위급 상황 시 이런 장비들을 사용할 자신이 없다. 최씨는 11일 “소방장비 사용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며 “정부가 안전을 강조하지만 정작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갖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재난안전교육은 비용부담이나 불편 초래 등을 이유로 그동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게 현실이다.

◇성인들은 안전교육 사각지대=대구지역 중견 자동차부품제조업체에 8년째 다니는 안모(36)씨는 지금까지 재난 시 대피·대처 요령을 한번도 배운 적이 없다. 안씨는 “직장에서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받고 있지만 직장 내 화재 등에 대한 교육이 고작이고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용이 달라진 것이 없다”며 “지하철 사고나 선박 사고, 수해 등을 만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겁이 난다”고 말했다.

안전보건공단 대구지역본부 관계자는 “직장 내 안전교육은 법에서 정한 사고나 질병예방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같은 재난·사고 교육시설을 방문해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직장인이 시간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시와 재난상황에 대비해 진행하는 민방위교육도 ‘교육을 위한 교육’에 머물고 있다. 민방위교육은 만 20~40세 남성을 대상으로 연간 1회 4시간 과정으로 진행된다. 5년차 이상은 연 1회 비상소집훈련으로 교육을 대신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민방위교육은 대부분 안보교육, 안전운전교육, 재난동영상 상영, 심폐소생술 실습 등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실생활에 도움이 안 된다’는 답변이 84%에 달할 정도로 현실과 거리가 있다. 춘천에 사는 조모(34)씨는 “교육 내용도 허술해 시간낭비하는 것 같다”며 “재난상황에서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 대상 여건 무시한 겉치레 교육 많아=재난안전교육은 유치원과 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연령과 역할에 따른 특화된 교육이 이뤄져야 실제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소화기나 소화전 작동법을 가르치는 게 대표적이다. 소화기를 들 힘도 없는 유치원생들에게 이런 교육은 사실 쓸모가 없다. 어린이들에게는 불을 보면 끄려하지 말고 무조건 도망치라고 가르치는 게 훨씬 더 실질적인 교육인 셈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교육은 연령이나 임무 등에 따라 내용에 차이를 둬야하는데도 우리는 획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 관련 기본지식을 갖추지 못한 교사들이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백민호 강원대 안전관리공학과 교수는 “외국처럼 교사들에게 일정시간의 재난관리교육 이수나 안전관련 기본자격증 취득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전국종합 rdchul@kmib.co.kr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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