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치료…배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임신율 50% 높여”

“불임 치료…배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임신율 50% 높여”

기사승인 2014-06-20 15:40:56

불임 부부가 늘고 있다. 올해 1월 국민건강보험이 발표한 ‘최근 5년간(2008~2012년) 불임 진료 환자’ 분석에 따르면 진료 환자가 2008년 16만2천명에서 2012년 19만1천명으로 연평균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임, 왜 증가하나

불임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늦은 결혼으로 인한 출산 연령 노령화, 업무 스트레스 및 환경 호르몬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남성 불임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과거에는 불임을 모두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사회적 풍조가 있었지만, 근래에는 남성 인자에 대한 검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치료 받는 남성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임이란 임신이 가능한 상태에서 임신을 시도해 1년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원인은 크게 배란에 문제가 있는 경우, 난관이나 골반 내에 이상이 있는 경우, 자궁에 이상이 있는 경우, 원인 불명으로 나눌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2년)이 발표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5~49세 여성 난임 원인 중 절반을 차지하는 46.3%가 원인불명, 두 번째가 배란장애(16.6%)로 많았다.

이처럼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정밀 검사를 통해 원인을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불임치료 어떤 순서로 진행되나

불임치료를 위한 시험관아기 시술은 난자를 체외로 채취해 시험관 내에서 정자와 수정시키고 수정된 배아를 다시 자궁으로 이식하는 방법이다.

수정과정은 채취된 난자와 정자를 자연적으로 섞어 수정을 유도하는 방식(IVF)과 미세수술적 방법으로 하나의 난자에 하나의 정자를 주입하는 방법(ICSI)이 있다.

이러한 수정 유도 과정이 끝나면 배아가 형성되는데, 이 때부터 수정, 배아성장, 배아분열, 배아이식까지 약 5일 정도 소요된다. 배아가 모체를 떠나 있는 이 시기에 의료진이 배아의 성장, 발달 상태를 관찰하면서 배아의 정상적인 수정여부, 발달정도 등을 살피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난임부부 시술 지원사업’을 분석한 결과 2010년 기준 정부 지원금을 받은 체외수정시술 2만4448건 중 임신에 성공한 비율은 31.1%였다.

◇24시간 관찰 가능한 배아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성공률 높인다

최근까지의 방법과 기술력으로는 배아의 발달을 24시간 관찰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모체에 이식될 배아의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배아가 배양기에서 현미경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배아가 받을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동 횟수 및 시간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배아는 수정과정, 배아성장, 배아분열, 배아이식까지 약 120시간 이상을 체외에서 성장, 발달하게 되는데, 기존 배양시스템에서는 배아의 발달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배아 당 하루 한차례, 1분 정도를 현미경으로 옮겨 관찰하게 된다. 모체에 이식되기 전까지 만 5일 동안 3~4회 정도, 즉 3~4분 가량만을 관찰해 배아를 판별해야하는 것이다. 3분 미만의 짧은 관찰로는 배아생성 중 수정여부, 배아의 발달 단계별 발달 속도 등을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24시간 배아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수정된 배아를 프리모비전 위에 올려 24시간 동안 5~60분 단위로 모니터링해 발달 과정을 저장할 수 있다. 배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작은 불빛이 프리모비전에 장착돼 있어 배아는 외부 현미경으로 이동하지 않고 모체에 이식되기 전까지 프리모비전에서 스트레스 없이 배양된다. 이 과정에서 24시간 동안의 관찰 영상이 마치 동영상처럼 저장이 되고 11개의 단층촬영이 가능해 가장 건강하고 이식에 적합한 배아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공기 중 산소 농도(O2)가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공기 중 산소 농도는 20%가 넘는데, 이는 배양액의 성분을 산화시켜 배아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배아 모니터링 시스템과 결합한 ‘산소 조절 인큐베이터(O2 Control Incubator)’는 배아와 닿는 산소의 농도를 5%로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서 배양액의 산화를 막아 양질의 배아를 많이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6월 국내에서 최초로 이러한 배아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2년 전 보급이 시작돼 현재 50여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천대 길병원이 배아모니터링 시스템 풀세트를 도입한 이후 전문병원에서 데모 장비를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가천대 길병원 ‘아이바람클리닉’ 주임과장 박종민 산부인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불임 부부의 임신율이 30~35% 정도라고 봤을 때, 새로 도입된 배아모니터링시스템은 50%까지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며 “난자 채취 때부터 생명으로 생각한다는게 의료진들의 가치관이며, 의료진의 정성과 열정, 축적된 노하우, 최고의 장비가 맞아떨어져 지난해 도입 이후 50%에 육박하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배아모니터링 시스템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동결배아이식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배아의 스트레스를 줄여 착상이 가능한 건강한 포배기 상태의 배아를 많이 얻을 수 있는데, 이러한 배양과정을 24시간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발달을 보이는 배아를 선별할 수 있게 되어 임신율이 향상되는 것이다. 이식 후 남은 배아 중 건강한 배아를 얼렸다가 사용하면 산모의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모두 낮출 수 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