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보, 국대 감독은 하지마”… ‘SNL 코리아’ 으리으리한 풍자

“명보, 국대 감독은 하지마”… ‘SNL 코리아’ 으리으리한 풍자

기사승인 2014-07-06 17:35:55

tvN ‘SNL 코리아’가 홍명보 감독의 ‘의리 축구’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축구팬들은 역대급 풍자가 나왔다며 환호하고 있다.

5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응답하라 1980’ 코너였다. 콩트는 현재의 홍 감독이 1980년대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난다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누군가를 풍자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설정은 없었다. 현재의 홍 감독을 연기한 신동엽은 ‘코흘리개 어린이 명보’ 김민교에게 모두가 하고 싶지만 직접 하지 못한 말들을 쏟아냈다.

옆 학교 학생들과 축구시합을 했지만 경기에서 패해 낙담한 김민교에게 신동엽은 “우리 명보는 분명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너는 아시아 최고의 축구선수, 영원한 리베로, 후배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캡틴 중에 캡틴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하지만 얘기를 듣고 신난 김민교가 선수 다음엔 국가대표 감독이 되겠다며 들뜬 듯 말하자 신동엽은 “안돼!”라고 소리쳤다. 그는 연신 “국가대표 감독은 하지 말라” “안 된다”면서 어린 명보를 말렸다. 그럼에도 김민규가 계속 고집을 부리자 “좋아. 그러면 딱 올림픽 대표팀 감독까지만 해”라고 조언했다.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거머쥐었을 때까지가 홍 감독의 전성기였다는 말을 돌려한 것이다.

이에 옆에 있던 친구들이 김민교에게 “나중에 국가대표 감독되면 나도 뽑아 달라”며 “의리! 의리!”라고 연신 외쳤다. 가만히 듣고 있던 신동엽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국가대표는 의리로 뽑는 게 아니라 원칙과 소신이 있어야 한다”며 “원칙도 끝까지 못 지키면 입 밖으로 내뱉지 말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의미심장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은 아니다. 브라질월드컵 선수선발에서부터 기용까지의 과정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를 꼬집은 것이다. 이번 월드컵 최종엔트리에는 런던올림픽 대표팀이었던 선수들 중 대다수가 홍 감독의 두터운 신임 속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박주영과 정성룡 등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저조한 경기력으로 축구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고, 반면 이근호와 김신욱, 손흥민 등이 활약하며 홍 감독의 선택을 머쓱하게 했다.

깨알 같은 풍자도 이어졌다. 한 친구가 ‘따봉’과 ‘미안’을 하자 신동엽은 “이런 거 절대 하지 말라. 네가 욕 다 먹는다”며 만류했다. ‘두리’라는 한 친구는 어린 명보에게 “나중에 감독돼도 나 안 뽑아줄 거지?”라며 울면서 뛰쳐나갔다.

이후 김민교가 신동엽에게 “엿 드리시라”면서 엿 사탕을 건네자 그는 “얼마 전에 많이 먹었다”며 거절했다. 또한 신동엽이 항상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하자 김민교는 “최선을 다해도 지면 잘리지 않느냐”고 물었고, 신동엽은 다시 “아니던데?”라며 웃기도 했다.

방송을 접한 네티즌들은 “으리으리한 풍자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속 시원했다”라며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많은 이들이 한 마음으로 깔깔거리는 와중에도 마음 한켠의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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