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 내거] 3. 이태민, 세상에서 너만 빛나

[이 형 내거] 3. 이태민, 세상에서 너만 빛나

기사승인 2014-08-19 09:00:55

“오늘 음원 출시한 아이돌 중에 누가 제일 선방한 것 같아?”
“태민이지. 음원차트 도배했던데.”
“태민 아냐? 그런데 어우, 그 친구는 좀 얄미워.”
“왜?”
“노래고 춤이고 할 것 없이 다 잘하니까. 샤이니 전부 다 얄미울 정도로 잘 해.”
18일 열린 모 아이돌 그룹의 쇼케이스에서 모인 가요 기자들의 대화다. 다른 그룹의 쇼케이스지만 화제는 태민 뿐이다.

바야흐로 막내의 반란이다. 그룹 샤이니는 멤버들 모두가 노래, 춤 할 것 없이 완벽하다고 평가 받는 그룹. 그 중에서도 큰형인 리더 온유(본명 이진기)와 종현은 탁월한 보컬로 아이돌 중에서도 손꼽히는 멤버들이기에 모두가 샤이니에서 솔로가 나온다면 처음은 두 멤버일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SM엔터테인먼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태민의 등을 밀어 내보냈다. ‘괴도’가 된 샤이니 태민, 아니 이태민은 “오늘 밤에 널 훔쳐가겠다”더니 차트 상위권을 감쪽같이 훔쳤다.

2008년, 아직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초졸’ 막내 태민이 데뷔했을 때만 해도 모두가 새로운 아이돌에 매료되기보다는 막내를 걱정하기 바빴다. 누난 너무 예쁘다고 노래하는 바가지머리 막내는 무대에서 보듬어주고 감싸줘야 할 것 같았지만, 눈 깜짝 할 새 아이돌 중의 아이돌이 되어 돌아왔다.

태민의 솔로 앨범 ‘에이스(ACE)’는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태민의 성장을 빈틈없이 보여준다. ‘오늘 밤 내가 너의 유일한 에이스’ 라고 남자가 된 모습을 첫 트랙 ‘에이스’에서 예고한 후, 타이틀곡 ‘괴도’로 넘어간다. 괴도의 빠른 호흡을 숨쉴 틈 없이 받아치는 크로스오버 댄스곡 ‘익스피리언스(Experience)’에 이어 “항상 예쁘게만 바르게만 보여도 날 넘겨짚었을 뿐”이라는 ‘프리티 보이(Pretty Boy)’, 업템포 팝댄스 장르곡 ‘거절할게’로 긴장을 늦춘다. 마지막 곡 ‘소나타’가 끝나고 나면 가사처럼 태민이라는 명작을 훔치고 싶어진다.

오랜 샤이니의 팬이라면 괴도 뮤직비디오에서 태민이 괴도가 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준비를 해왔는지 알 수 있다. 태민이 꾸준히 꼽아 온 마이클 잭슨을 오마쥬한 듯 한 스트라이프 수트 스타일링, 2013년 샤이니의 릴레이 콘서트에서 선보인 자작곡 ‘크라이 포 미(Cry For Me)’를 잇는 록스타 감성의 메이크업 등이 그렇다. 2012년 발매된 샤이니의 ‘셜록’에서 ‘이 안에 있다’던 범인이 어쩌면 괴도 태민이 아닐까 싶을 만치 잘 들어맞는 콘셉트까지, 태민은 솔로 앨범에서 스스로의 매력을 비롯해 샤이니라는 그룹의 정체성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내보인다.

안타깝게도 태민의 활동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민이 속한 샤이니가 9월 일본 콘서트 투어를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민은 이번 솔로 활동에서 누구 말마따나 얄밉게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벌써 다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인지도, 차트 상위권, 실력에 대한 검증과 다음 활동에 대한 기대까지. 샤이니의 다음 활동이 그룹 활동이든, 또 다른 멤버의 솔로 활동이든, 이제 모두 꼼짝없이 그들을 기다리게 됐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추신 1. 추리에 도가 튼 샤이니 팬들은 이미 ‘셜록’에 이은 ‘괴도’의 해석을 그물처럼 촘촘히 해 놨다. 혹시 셜록이세요?

추신 2. 태민의 팬이 아니더라도 앨범 발매 전 SM엔터테인먼트에서 공개한 ‘에이스 오브 에이스(Ace Of Ace)’영상은 꼭 감상하길. ‘누난 너무 예뻐’부터 ‘산소같은 너’, ‘줄리엣’을 거쳐 ‘링딩동’ ‘루시퍼’ ‘셜록’까지. 태민의 아이돌 성장기를 관람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아 온 대형 기획사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덕후 저격’.

코너명 : 자랑할 이?, 형 형兄, 어찌 내奈, 횃불 거炬.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
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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