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낮다고 풍경도 낮으랴

산이 낮다고 풍경도 낮으랴

기사승인 2014-09-18 07:01:55

"[난기자의 워크홀릭] 파주 심학산 둘레길

자유로를 타고 한강을 따라 북으로 시원스레 달리다보면 파주 출판단지 뒤쪽으로 우뚝 솟은 산을 볼 수 있다. 평평한 대지 위에 오롯이 솟은 심학산(尋鶴山)이다. 해발 194m의 심학산 일대는 조선말 이곳으로 천도설이 제기될 만큼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혔다.

조선 숙종 때 왕이 궁궐에서 기르던 학 두 마리가 도망을 갔는데 이곳에서 찾은 후 ‘학을 찾은 산’이라 해서 심악산에서 심학산으로 불렸다는 유래가 있다. 진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겨울을 나기 위해 심학산 앞 한강하구에 학이 많이 날아든다고 한다.

심학산은 높이가 194m 밖에 되지 않는 야트막한 산이라 쉬엄쉬엄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정상까지 30분이면 닿는다. 하지만 높낮이가 거의 없이 평탄한 심학산 둘레길이 백미다. 2009년 파주시에서 기존의 등산로 외에 산허리를 한바퀴 빙 돌도록 만든 6.8㎞의 숲길이다. 둘레길은 이스트를 넣어 발효시킨 빵 반죽처럼 말랑말랑 찰진 흙길과 그 주위로 울창한 참나무들이 도열하고 있다. 튀어나온 돌이나 나무뿌리조차 없을 정도로 매끈한 등산로다. 그래서 맨발로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망 데크와 벤치, 정자 등의 쉼터도 적절한 간격을 두고 자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들머리로 삼는 약천사에 약수터가 있고, 교화 배수지 쉼터에도 급수대가 있어 맨몸으로 가볍게 나서도 좋다.



◇숲, 그 그윽한 향기= 숲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그윽한 향기와 매력을 갖고 있다. 도시 속 시멘트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생활할수록 숲의 매력은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심학산을 찾는 이유도 이 강한 숲의 매력 때문이다. 숲의 매력은 숲의 치유력이고, 숲은 자연이 선물한 녹색병원이다. 이미 피톤치드가 암을 치료하고 아토피는 물론 우울증과 스트레스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산책이나 등산으로 인한 운동 효과보다 숲을 오감으로 느낄 때 생기는 긍정적인 변화가 심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심학산 둘레길을 즐겨 찾는 인근 주민들은 가까이 두고 쉽게 찾을 수 있는 녹색병원을 갖고 있는 셈이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 전망대= 둘레길로 한 바퀴 돌았다면 정상에 서야 한다. 산이 낮다고 그 풍경이 시시하다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정상까지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지만 정상의 감동은 잠깐 숨을 헐떡이는 수고로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정상에 마련된 팔각정에 오르면 한강 하류와 파주, 김포시의 평탄한 일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게다가 이곳은 한강과 그 너머 산야를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낙조 전망대로도 유명하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이라 일컬어진다.

하필 날씨가 좋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마음을 애써 추스르는데 시원하고 풍성한 강바람이 몸을 씻기고 지나갔다. 그제야 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 한 뼘 남짓 얼굴을 드러낸 붉은 노을과 색색의 불빛이 수놓아진 야경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



김 난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
na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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