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격전지를 가다] “K팝? 한물 가지 않았어?” 아직은 ‘그린 라이트’

[K팝 격전지를 가다] “K팝? 한물 가지 않았어?” 아직은 ‘그린 라이트’

기사승인 2014-11-19 10:16:55

“K팝? 한물 간 것 아니야? 아직도 해외에서 K팝 찾는 사람이 있어?”

K팝, 한류. 가요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단어다. 매일 아침 가요 담당 기자의 메일함은 어느 그룹이 일본에서 음반 차트 1위를 했다는 보도자료가 가득 차 있다. 인기가 높은 그룹을 비롯해 신인 그룹들까지 수용인원 4만5000명의 도쿄 돔에서 콘서트를 한다고 연일 보도된다.


그런데, 정말 K팝은 그렇게나 인기가 있을까? 혹시 현지에서의 작은 인기를 ‘뻥튀기’해서 이름을 알려보려는 기획사들의 상술은 아닐까. 한류, 한류 하는 소리가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인데, 정말 해외 팬들은 아직도 K팝을 좋아할까?



지난 18일 오후 일본 시부야 타워레코드점을 찾았다. K팝 코너는 4층이었다. 그러나 1층부터 한국 그룹 방탄소년단이 기자를 반겼다. 타워레코드 1층 입구 메인 홀에는 최근 일본에 데뷔한 방탄소년단의 대형 포스터가 방문객들을 맞고 있었다.



뒤로 돌아서니 인피니트 F의 포스터가 마찬가지로 잔뜩 붙어 있다. 어린 소녀, 나이 많은 아주머니 할 것 없이 인피니트 F의 사진을 찍으며 환호성을 지른다. 일본의 인기 만화가 히가시무라 아키코가 그린 인피니트 F의 그림은 앨범 재킷으로 쓰일 정도로 호평이다. 빌딩 전체에 흐르는 음악은 이날 데일리 차트 7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그룹 비투비의 ‘와우’다. 그룹 SS501 출신 가수 박정민의 앨범은 이제 막 출시돼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같은 그룹 출신 김형준의 앨범은 전량 품절이란다.



4층으로 올라가봤다. 여성 팬들이 가득했다. 수 년 전 일본에 진출한 그룹부터 최근 데뷔한 그룹까지 다양하게 진열돼 있었다. 에이핑크 포스터를 찍으며 즐거워하는 이들은 어깨엔 그룹 엑소의 로고가 그려진 쇼핑백을 메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인 이와모토 준나(15)양이 가장 좋아하는 K팝 스타는 인피니트의 멤버 엘(김명수)과 엑소의 타오다. 친구 사이토 스즈카(15)양은 인피니트의 성열을 좋아한단다.

“인피니트는 멋있어요. 마치 일본의 엑자일(Exile)같죠. 격렬한 댄스와 함께 탄탄한 라이브를 할 수 있다는 점이 K팝 가수들의 가장 놀라운 점입니다.”



이들은 K팝 아이돌의 인기 비결로 실력을 가장 먼저 꼽았다. 춤을 추며 라이브를 해내는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멋진 외모는 기본이다. 준나 양은 이외에도 소녀시대와 B1A4 등을 좋아하는 스타로 꼽았다. K팝이 일본의 10대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말했다. 10대 후반의 일본 청소년들은 소녀시대를 비롯해 K팝에 정통해 있는 부류가 많다.



타워레코드의 계단 구석에서는 두 소녀가 방탄소년단의 CD를 20장이 넘게 구매해 쌓아놓고 전부 열어보는데 열중해 있었다. 똑같은 CD를 이렇게 많이 산 이유는 방탄소년단을 만나기 위해서다. 일본에서는 연예인들이 팬 사인회 대신 ‘악수회’라는 행사를 열어 팬들과 만난다. 말 그대로 CD를 사서 안에 든 응모권으로 악수회에 응모하면 당첨된 사람은 방탄소년단과 만나 악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K팝 그룹은 누구일까. 현지 유학생 윤진(29)씨는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JYJ를 꼽았다. “아직까지는 이 세 그룹의 인기를 넘어서는 스타는 없습니다. 특히 소녀시대는 최근 제시카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본에서 약진하고 있죠. 동방신기나 JYJ는 꾸준한 공연으로 사랑받고 있어요.” 윤진씨는 엑소가 이들의 인기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일본 후쿠오카에서 단독 콘서트를 치른 엑소는 도쿄·오사카 공연을 앞두고 표가 전부 매진됐다. K팝, 아직까지는 청신호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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