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우리 아이를 위해 제대혈 보관 꼭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쿡기자의 건강톡톡] 우리 아이를 위해 제대혈 보관 꼭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기사승인 2014-12-03 13:18:55

요즘 출산을 앞두고 있는 일부 엄마들은 아기가 태어날 때 탯줄과 태반에서 얻게 되는 혈액인 ‘제대혈’을 민간업체에 적게는 100만원에서 수백만원을 들여 보관합니다. 주로 향후 아기가 혹시 모를 난치병이 발생했을 때 치료에 쓸 수 있게 된다는 기대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임신부들이 출산하면서 아기가 태어날 때 백혈병이나 뇌성마비 등 혹시 아이에게 발생할지 모를 난치병 치료에 쓰고자 수백만원의 돈을 들여 민간업체에 ‘가족 제대혈’을 보관하지만 값비싼 가격에 비해 정작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대혈은 무엇일까요. 제대혈은 신생아 분만 시에 분리된 탯줄·태반에 존재하는 혈액을 일컫습니다.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기존의 골수이식을 보완 대체해 혈액질환 등을 치료하며, 세포치료제 개발 등 연구자원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조혈모세포는 혈액구성세포인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을 만드는 어머니세포를 일컫습니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3년 말 현재까지 전국 16개 제대혈은행에 보관된 제대혈은 총 44만629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가족만 사용할 수 있도록 민간보관업체와 계약해 관리하는 ‘가족제대혈’이 40만5500건으로 전체 제대혈은행의 약 90%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가족뿐 아니라 타인의 질병치료와 의학연구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기증제대혈’은 4790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가족제대혈의 대부분은 민간보관업체에 맡기는데, 제대혈은행 보관 기간에 따라 비용은 달라집니다. 보통 보관기관 15년, 20년, 평생보관 등을 기준으로 합니다. 제대혈은행 민간업체 상위 5개사의 홈페이지 내 보관비용을 살펴보면 15년 보관 기간을 기준으로 A브랜드는 125만원, B브랜드는 135만원, C브랜드는 135만원, D브랜드는 130만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보관 기간이 길어질 경우 비용은 더 올라간다. 20년 보관이면 평균 200만∼300만원입니다.

일부 업체는 제대혈의 보관비용을 할인해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국내에는 보건복지부가 위탁한 서울특별시제대혈은행, 차병원기증제대혈은행, 녹십자제대혈은행, 보령아이맘셀뱅크제대혈은행 메디포스트㈜제대혈은행, 아이코드제대혈은행, 베이비셀제대혈은행, ㈜라이프코드제대혈은행 등 16개의 제대혈은행이 있다.

문제는 고가의 비용을 들여 민간업체에 제대혈을 보관하지만 정작 활용하는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실제 전체 민간업체에 엄마들이 맡긴 가족제대혈 보관량 40만5500건 중에서 치료목적의 이식용으로 쓰인 것은 179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실질적으로 치료목적으로 쓰인 이식건수는 2건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 가면서까지 제대혈을 보관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선 아이가 백혈병 등의 난치병에 걸렸다고 해도 실제로 보관한 제대혈을 활용해 치료할 확률이 극히 적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오일환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는 “실제 엄마들이 수백만원을 들여 제대혈 보관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해 치료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아직까지 제대혈을 활용해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은 극히 제한적이며, 이마저도 학계에서 임상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이가 만약 제대혈을 보관한 지 20년 후에 성인이 돼서 난치병에 걸렸다고 했을 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확률도 거의 희박하다고 합니다. 보통 제대혈 보관업체가 보장하는 제대혈의 유핵세포의 수는 보통 3억∼4억개 수준인데요. 30kg 기준으로 필요한 유핵세포수가 4억∼5억개라고 합니다. 아이가 만약 성인이 되면 각종 난치성 질환 치료에 필요한 유핵세포는 2배에 달합니다. 그러니까 더 많은 수가 있어야 난치성 질환에 쓰일 수 있다는 거죠. 김민영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세포 양이 적어서 어릴 때는 활용도가 높을 수 있어도 신체가 자랐을 경우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전했습니다.

백혈병이나 희귀질환 등 일부 유전적 소인이 작용하는 질병의 경우 자가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게 되면 병이 재발하거나 질병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만약 백혈병 등의 질병이 발생한 사람이 자신이 보관한 제대혈을 활용해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다시 이식받았을 경우 질병이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이럴 때는 공공제대혈을 통해 기증받은 타인의 제대혈이 치료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대혈 보관은 미래를 위한 좋은 대비책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제대혈을 활용한 치료가 만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출생한 이후에 얻을 수 있는 줄기세포 중 가장 어린 세포로서 향후 치료적 효력을 내는 것이 제대혈이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지금 보관된 제대혈이 향후 난치병 등에 쓰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엄마들은 위험부담을 감수하기 위한 ‘절박함’에서 이러한 제대혈 보관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보험도 드는 것이겠죠.
제대혈의 활용가치가 적은데도 값비싼 돈을 들여 보관하는 것이 옳을가요, 아니면 보관하지 않는 것이 옳을까요.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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