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13년의 끝 ‘호빗: 다섯 군대 전투’… 반지의 제왕을 사랑한 이라면

[쿡리뷰] 13년의 끝 ‘호빗: 다섯 군대 전투’… 반지의 제왕을 사랑한 이라면

기사승인 2014-12-10 21:39:55
사진=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2000년대 초 전국을 들썩이게 했다. 골룸(앤디 서키스)과 레골라스(올랜도 블룸)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였다. J.R.R 톨킨의 동명 원작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호기심에 극장을 찾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극장가는 물론 방송에서도 연일 ‘반지의 제왕’ 관련 콘텐츠를 다뤘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는 국내에 한하지 않았다. ‘…반지 원정대’(2001) ‘…두개의 탑’(2002) ‘…왕의 귀환’(2003)으로 이어진 시리즈 세 편은 전 세계에서 30억 달러(약 3조3270억원)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반지의 제왕’은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판타지 물로 꼽힌다. 이런 높은 관심은 고스란히 후속작 ‘호빗’ 시리즈로 향했다.

시리즈의 1편 ‘호빗: 뜻밖의 여정’은 9년 뒤인 2012년 개봉했다. 특이하게도 늦게 나온 ‘호빗’이 시간상으로는 더 앞선다. ‘반지의 제왕’에서 주인공 프로도 배긴스(일라이저 우드) 삼촌으로 등장한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가 주인공이다. ‘호빗’은 젊은 빌보가 마법사 간달프(이안 맥켈런)의 요청으로 난쟁이 족이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으러 떠나는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성적은 ‘반지의 제왕’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웠다. 1편은 관객 281만명, 2편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2013)는 228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상영관 문제 등 영화 외적인 영향도 없진 않았지만 전작에 비해 관심을 덜 받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최종편 ‘호빗: 다섯 군대 전투’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9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첫 선을 보인 ‘…다섯 군대 전투’는 13년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꽤 괜찮은 마무리였다. 딱히 흠 잡을 데가 없는 구성이었다. 내용면에서나 연출 면에서나 꽉 짜인 느낌이 든다. 피터 잭슨 감독의 내공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영화는 분노한 용 스마우그(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호수마을 주민들을 무참히 공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오프닝부터 강렬하다. 스마우그가 사정없이 불을 내뿜자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이 때 용의 피부는 물론 타오르는 불길 표현까지 자연스러운 CG(컴퓨터 그래픽)가 돋보인다. 하지만 아직 감탄하긴 이르다.


난쟁이 족 왕자인 ‘참나무 방패’ 소린(리처드 아미티지)의 성에 쌓인 황금 표현도 인상적이다. 번쩍이는 질감을 사실감 있게 묘사했다. 무엇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최후의 전투신을 빼놓을 수 없다.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인간, 엘프, 난쟁이, 오크 부대가 뒤엉켜 대규모 전투를 벌이는 장면. 많은 부분이 CG로 처리됐지만 크게 어색한 부분을 찾기 어렵다.

그래픽, 특수분장 등 기술에만 공을 들인 건 아니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내용도 흥미롭다.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물질적인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은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가.’ 가벼운 마음으로 본 판타지물이 무거운 여운을 준다.

144분이라는 상영시간은 전작들에 비해 그리 긴 편은 아니다. 하지만 빠르지 않은 템포로 진행되는 전반부 전개가 살짝 지루함을 준다.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뻔한 이야기 구조도 특별하지 않다. 그럼에도 영화가 갖는 남다른 의미는 굳이 다시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캐릭터 스케치가 작은 이별선물처럼 느껴진다. 오는 17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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