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워낭소리’ 뒤잇는 ‘님아 그 강을…’ 작은 영화 신드롬이 반가워

[친절한 쿡기자] ‘워낭소리’ 뒤잇는 ‘님아 그 강을…’ 작은 영화 신드롬이 반가워

기사승인 2014-12-15 15:52:55
"사진=영화


쌀쌀한 연말입니다.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보기 딱 좋은 계절이죠. 극장가엔 이미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러브, 로지’같은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예상 밖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러브스토리가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얘기입니다. 뛰어난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작품은 아닙니다. 대규모 세트장이나 특수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죠. 한 시골 마을에서 서로를 의지해 살아가는 조병만(98) 할아버지와 강계열(89) 할머니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두 분이 손을 꼭 잡고 동네 마실 다녀오거나 나물무침을 해 저녁상을 차려먹는 등의 하루일과가 곧 영화의 에피소드입니다.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지내는 낡은 시골집이 배경이고요. 꽃이 폈다 소나기가 오고 낙엽이 지다가 눈이 내리는 계절변화가 시간의 흐름을 나타냅니다.


꾸미지 않은 진솔함이 관객들에게 더 큰 울림을 준 듯합니다. 점점 퍼지는 입소문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는 1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15일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님아, 그 강을…’은 전날까지 누적관객 105만7402명(매출액 점유율 35.4%)을 모았습니다.

놀라운 건 이중 절반인 52만8000여명이 주말 이틀간 영화를 봤다는 겁니다. 흥행 질주에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입니다. 영화는 지난 11일 이후 줄곧 일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대작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16.4%) ‘퓨리’(1.7%)를 모두 제쳤죠. 특히 난공불락의 인기를 자랑하던 ‘인터스텔라’(19.5%)를 끌어내리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상업영화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만들어진 소규모 독립영화이기에 기록은 더 특별합니다. ‘님아, 그 강을…’의 반가운 상승세에 문득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5년 전 전국 극장가에 흥행열풍을 일으킨 ‘워낭소리’(2009)입니다.


‘워낭소리’는 평생을 농부로 산 최 노인과 30년 동안 함께 일한 마흔 살 소의 우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한국 다양성영화 사상 최고 흥행작이죠. 누적관객수 296만2897명을 기록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런데 머지않아 이 기록이 깨질 것으로 보입니다. ‘님아, 그 강을…’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따라붙고 있기 때문이죠.

‘워낭소리’가 개봉 19일 만에 관객 10만명, 37일 만에 100만명을 모은 것에 비하면 그 기세는 대단합니다. 초반 180여개였던 ‘님아, 그 강을…’ 상영관은 800여개로 늘었습니다. 인터넷 평점은 10점 만점에 9.4점을 넘습니다. 영화 인기검색어 순위에서도 굳건히 1위를 차지하고 있죠. 워낭소리 기록을 뛰어넘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사실 어떤 작품 성적이 더 좋을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겠지요. 많은 이에게 감동과 여운을 준 두 작품입니다. 세대를 초월하는 메시지를 담은 점도 닮았습니다. 이런 영화들이 스크린에 걸리는 것만으로 의미는 충분해 보입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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