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국제시장’ 황정민 “저도 이만하면 잘 살았지요?”

[쿠키人터뷰] ‘국제시장’ 황정민 “저도 이만하면 잘 살았지요?”

기사승인 2014-12-17 14:41:55
"“많은 작품을 관객에게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 시기에 나오는 영화는 우리만 느낄 수 있잖아요. 다른 세대는 이 감정을 못 느낄 거 아니에요.”

황정민(44)에게 다작하는 이유를 묻자 “배우가 직업이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관객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고 했다.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을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국제시장을 “2번 볼 수 있는 영화”라며 “친구 혹은 연인이랑 보고 나서 부모님이 생각나 전화할 수 있지 않냐 잠깐이지만 물어보고 부모님께 티켓을 끊어드릴 수 있고”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렇게라도 부모님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닿았으면 좋겠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국제시장을 통해 관계가 형성되는 거니까 내가 영화를 찍은 이유가 생기는 거다. 그러면 (이 영화)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웃었다.



영화는 1950년 한국전쟁으로 부산에 피난 온 덕수(황정민)가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 황정민은 20대부터 70대까지 한 인물의 인생을 완벽하게 재연했다. 2002년 출연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70대 돈키호테를 연기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특정 작품을 참고하진 않았다”며 “파고다 공원에 가서 직접 할아버지들을 만났다. 캠코더로 촬영하면서 할아버지들을 관찰했다”고 털어놨다. 예를 들면 할아버지들이 어떤 신발을 신는지, 담배는 어떻게 피는지, 장기는 어떻게 두는지 등을 물어봤다고 한다. 그는 “덕수가 손을 떨며 담배를 피는 장면도 여기서 나온 것”이라며 “당연히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귀띔했다.

노인 분장은 외적으로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목소리에 차이를 두며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터. 황정민은 “고민해서 동작들을 연구했다”면서도 “목소리를 특히 신경 쓰지 않았다. 몸이 구부러지니까 자연스럽게 목소리도 70대처럼 나오더라”고 설명했다. 또 “분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말없이 앉아있을 때 실루엣, 걸음걸이, 바라보는 시선이 더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덕수가 30대 때 다리를 다쳤기 때문에 걸음걸이도 처음이랑 수십 년 후는 다를 거 아니에요. 걸음걸이의 디테일을 많이 생각했죠. 또 덕수가 수많은 사람들의 눈치와 멸시에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이 뭘까 고민했어요. 제게 가장 큰 숙제였죠.”



70대 노인이 된 덕수는 아버지 사진을 보며 “내 이만하면 잘 살았지요”라고 말한다. “덕수와 비슷한 나이가 됐을 때 무슨 말을 할 것 같냐”고 묻자 “아마 비슷한 말을 할 것”이라며 “덕수는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가족들 때문에 못하고 살지 않았냐. 그래도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니까 그 자체만으로 행복한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로 사십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일을 즐기게 됐다는 황정민. “현장을 가는 게 즐겁다”는 그는 “꾸준히 작품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작품이 끝나면 순식간에 잊는다고 했지만 어느새 덕수와 닮아 있는 듯했다.

“50~60대가 된 할리우드 배우들을 보고 사람들이 ‘잘 늙었다’고 얘기할 때 있잖아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생각, 태도와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언젠가 좋은 눈을 가진 배우가 되지 않을까요?(웃음)”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최지윤 기자 기자
jyc8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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