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역시 싸이는 월드스타가 아니었다

[쿡리뷰] 역시 싸이는 월드스타가 아니었다

기사승인 2014-12-22 10:17:56
사진=YG엔터테인먼트

"역시 싸이(본명 박재상·37)는 월드스타 혹은 국제가수도 아니었다. “최근 2~3년 말도 안 되는 호칭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14년째 딴따라”라며 여전히 우리에게 친근한 대중가수로 남고 싶어 했다. 예전처럼 대학축제와 MBC ‘무한도전’에 나가고 싶다는 그는 어느 때보다 콘서트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싸이는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연말콘서트 ‘올나잇스탠드 2014’를 열었다. 2003년부터 시작된 공연은 올해도 이어졌다. 흔한 신곡 또는 새 앨범을 발표한 것도 아니었지만 어김없이 돌아왔다.


‘라잇 나우’(Right Now)로 문을 연 그는 “3시간 동안 난 그대의 연예인”이라며 ‘연예인’을 불렀고 ‘챔피언’ ‘나 이런 사람이야’ 무대를 연달아 선보였다. 싸이의 입담은 여전했다. 그는 “이 곡은 커플에게만 바치는 노래다. 모든 커플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은 채 노래 가사를 새겨 달라. 전에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라며 ‘어땠을까’를 불러 웃음을 줬다. 이후 ‘새’ ‘오늘 밤새’ ‘내 눈에는’이 이어졌고, ‘젠틀맨’에서는 레이저 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매년 콘서트 때마다 여자 가수 패러디로 화제를 모은 싸이. 이번엔 현아의 ‘빨개요’를 선택했다. 빨간 타이즈와 구두를 신고 등장한 그는 열정적인 무대를 펼쳤다. 특유의 섹시한 제스처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게스트로 등장한 이적은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하늘을 달리다’ ‘왼손잡이’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후 싸이는 조용필의 ‘친구여’로 지난 10월 고인이 된 친구 신해철을 추모했다. 그는 “예기치 않은 이별이 있으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감당이 안 돼는 경우가 있다”며 “올해 저 역시 마음 아픈 이별을 했다. 박재상이 음악으로 떠나간 친구에게 노래 한 곡 들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2부에서는 ‘흔들어주세요’ ‘낙원’ ‘위 아 더 원’(We are the one) ‘예술이야’로 분위기를 달궜다. 특히 싸이는 “2012년 받았던 칭찬이 너무나 과분해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데 2년 정도 걸린 것 같다. 모든 일이 이 노래 때문”이라며 월드스타라는 호칭을 얻게 된 히트 곡 ‘강남스타일’을 열창했다.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트레이드마크인 말 춤으로 화답했다.

싸이는 게스트 무대를 제외하고 3시간 넘는 공연을 홀로 책임졌다. 의상 교체 시간도 아깝다며 댄서가 건넨 옷을 무대 위에서 갈아입었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바로 가자”며 열정을 보였다. 댄스메들리 무대에서는 90년대로 돌아가 관객들을 추억에 젖게 만들었다. 커플, 친구 뿐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싸이 콘서트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1시간이 넘는 앙코르 공연은 ‘언젠가는’ ‘세월이 가면’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스눕 독과 함께 부른 ‘행오버’(Hangover) 무대는 없었다. 당초 싸이는 올여름 ‘젠틀맨’ ‘행오버’에 이어 신곡 ‘대디’를 발표하려고 했다. ‘행오버’ 인기가 부진한 탓인지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마쳤지만 발표를 미뤘다.

오랜 시간 사랑받는 선배들을 보고 답이 콘서트라는 것을 알았다는 싸이. 그는 이제 해답을 찾은 듯 했다. 끝으로 “2012년 이후 무언가에 쫓기듯 승부를 보려고 했다. 내가 이렇게 변했다는 걸 작년에 깨달았다”며 “이제부터 헛짓하지 않고 음악만 하겠다”고 말했다. “기억보다 오래 가는 건 기록, 기록보다 더 오래 가는 건 좋은 기억”이라며 “여러분 덕분에 오늘 좋은 기억 얻어간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싸이는 2년 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강남스타일’을 부를 때보다 행복해보였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최지윤 기자 기자
jyc8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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