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미생’ 문과장 장혁진 “25년차 배우지만 여전히 미생”

[쿠키人터뷰] ‘미생’ 문과장 장혁진 “25년차 배우지만 여전히 미생”

기사승인 2015-01-08 13: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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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tvN 금토드라마 ‘미생’으로 울고 웃었다. 이전까지 방송에서 스포트라이트 받지 못했던 직장인의 이야기가 전면으로 그려진 ‘미생’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다. ‘을’(乙)의 입장을 헤아렸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원석’과도 같은 숨은 배우들을 발견해냈다는 것에도 의의가 있다.

‘미생’은 수많은 스타들을 낳았다. 그간 비주류로 활동해왔던 배우들이 ‘미생’을 통해 얼굴을 비췄고, 재조명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김동식 역의 김대명과 한석율 역의 변요한은 ‘미생’이 발굴해 낸 최고의 ‘원석’으로 꼽혔다. 독립영화나 연극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였지만, 브라운관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두 사람 외에도 마부장 역의 손종학, 정과장 역의 정희태, 박대리 역의 최귀화 등 짧게 등장하는 배우들마저도 호연을 보여주며 극을 몰입을 높였다.

‘미생’에서 등장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깨알’같은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이가 있다. 문과장 역의 배우 장혁진이다.

장혁진은 성대리(태인호)와 한석율(변요한)과 함께 섬유1팀에서 근무했다.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신스틸러’로서 톡톡히 역할을 했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성대리가 불륜으로 들통나는 장면에서 수줍게 입을 막으며 “에그머니나”라고 놀라는 연기는 네티즌들에게 ‘에그문’이란 애칭을 얻었을 정도다.

연기 경력 25년을 가진 그는 연극과 독립영화 등에서 활약해온 중견 배우다. 그러나 ‘미생’을 통해 앞으로의 연기 생활이 ‘새로운 시작’이라 말하는 장혁진이다. 비주류인 ‘미생’에서 ‘완생’을 향해 달려나가는 장혁진을 쿠키뉴스가 만났다.

‘미생’을 마친 소감은?

장혁진(이하 장): 너무 잘 된 드라마다. 출연할 수 있는 것만으로 영광이었다. 잘 믿기진 않지만 좋았다. 꿈만 같다.

‘미생’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장: 오디션 없이 소개를 받아 출연했다. 처음엔 한 회, 9국에만 나오는 줄 알았다. 촬영 후에 연극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13부와 14부 대본이 나왔다. 처음에 촬영하고 나서 김원석 감독님이 ‘잘 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셨다. 고마우면 계속 쓰시라고 말씀 드렸는데 계속 나오게 됐다.(웃음) 특히 섬유팀의 인호랑 요한이가 잘 해서 분량이 많아진 것 같다. 걔네들한테 밥을 사야할 것 같다.(웃음)

25년간 연기를 해왔다. 회사 생활 경험은 없을 텐데 어땠나?

장: 일상에선 경험해보고 싶지 않다. 철강팀도 마찬가지고. 자원팀도. 상사관계에서 딱딱한 위계질서가 있다고 하더라. 일반적인 회사를 다닌다면? 못 견딜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은 안정적이지 않다. 매번 작품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장: 기다리는 게 훨씬 낫다. 다니면서 사람 만나고 인사드리고. 일을 하기 위해서 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거다. 인맥도 넓혀가고. 사람을 만나는 거니까. 회사원들의 경우 틀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니까 안 좋은 생각을 서로 가지게 되면 힘들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장: 20국(마지막 회)에 성대리가 싸울 때 껴있던 전투신. 촬영할 때 재미도 있었고 많은 시청자분들이 이야기해주셔서 뜻 깊다. 디씨인사이드에서 에그문 짤방이 나오기도 했다. 아내가 직접 카톡으로 보내주기도 한다.(웃음)

문과장 역할을 위해 노력한 점은 무엇인가?

장: 캐릭터가 가진 우유부단함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 마음속으로는 애드립을 여러 가지 생각했다. 슛 들어오기 전까지 할까말까 고민하다가 안하긴 했지만.(웃음)

미생이 많은 배우들을 살렸다. 단역 배우들도 재조명받았으니 말이다

장: 그렇다. 같이 연극, 독립영화 할 때 만났던 친구들이 회당 한 두 명씩이나 나왔다. 천과장(박해준)은 독립영화 할 때 만났고, 하대리(전석호)는 고등학생 시절에 만났다. 선차장(신은정)은 과 후배이자 동아리 후배다.

많은 배우들 속에서 튀어 보이려는 욕심은 없었나?

장: 섬유팀이 막장 드라마 같은 팀이었다. 성대리 덕분에.(웃음) 그런 사람이 잘 나오려면 옆에 있는 상사가 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부하가 안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튀겠다고 과장하는 연기는 하지 않았다. 드라마를 헤치지 않기 위해 잘 묻혀가려고 했다.

‘미생’이 다른 드라마 현장과 달랐던 점은?

장: 마치 영화 촬영장 같았다. 스태프들끼리 유대관계도 좋고. 드라마처럼 삭막하진 않았다. 감독님은 매일 밤을 새고. 제작진도 마찬가지였다. 감독님도 촬영 끝나면 “끝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며 인사도 잘 해주셨다.



김원석 감독은 어땠나?

장: 신사 같다. 조용조용 말하고. 치밀하고. 조그만 동선까지 신경 쓰신다. 티 안 나는 소품 디피까지 디테일하게 신경 쓴다. 특히 배우의 심리상태에 대해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했다.

감독님의 치밀한 계산이 있어서 그러지 않았나. 잘 짜오시는 것 같다. 이게 막히면 요렇게 가야지 플랜 B,C까지 다 있는 것 같다. 플랜에이에서 끝내는 것 같고. 그래서 좋은 연기를 뽑아낸 것 같다. 그래도 연기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터치 안하셨다. 배우를 자유롭게 해주셔서 촬영장이 편했을 정도다. 복 받았다.(웃음)

그렇다면 아쉬웠던 점은?

장: 팀별 회식이 다 나왔지만 우리팀은 없었다. 그건 속상하더라. 팀원이 셋이라서 없던 것도 있지만.

이제 ‘미생’ 이야기를 벗어나서 배우 장혁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연극판에서 20년 간 활동했다. 고생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장: 고생도 아니다. 사실 많이 했다. 막노동, 이삿짐 옮기는 일 등. 연극이 돈 안 된다. 연극만 해서는 1년에 잘 벌면 500~600만원이다. 혼자 사는 건 빠듯하게 살 수 있지만 가정을 가지게 되면 힘들어진다. 그래도 중간에 ‘난타’를 해서 꽤 벌었었다. 그 당시에 많이 버니까 씀씀이도 헤퍼진 게 문제지만.(웃음)

그래도 힘들 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장: 후회는 없었다. 힘들다는 생각은 물론 들었고. 장난식으로 ‘이걸 왜 했지?’ 이정도로만 여겼다. 오히려 ‘연기 안 하면 뭐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보면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마음으로 버틴 것 같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이다. 동기들 중에 유명 배우가 많다.

장: 그렇다. 류승룡이나 김원해 등. 유일하게 안 뜬게 나다.(웃음) 그래도 동기들이 유명해서 좋다. 류승룡을 앞지르고 싶다.(웃음)

원래 연극배우가 꿈이었나?

장: 연극배우가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다. 연극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집에 좋은 차를 갖는 건 말도 안 되는 꿈이다. 현실에 계속 부딪힌 거다. 연극 제작해서는 그렇게 살 수 있다. 배우들은 소모품 밖에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제가 나중에 제작을 해서라도 배우들을 먹고 살게 하고 싶다. 재미있게 만들어서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좋은 여건에서 일하게 만들고 싶다.

‘미생’ 후배 중에 눈 여겨 보는 후배는 누가 있나?

장: 다들 잘하고 성실하다. 그 중에서도 전석호와 변요한. 두 사람 다 자기들만의 뚝심이 있다. 또 김대명도 잘 한다. 정말 저런 양반이 어디 있다 나왔나 싶을 정도다. 발음과 움직임도 정확하고.


롤모델이 있다면?

장: ‘미생’에 함께 출연했던 이성민 선배. 같은 부서가 아니라 같이 연기하는 장면은 없었지만 꼭 다음에 같이 연기하고 싶다. 또 송강호 선배. 롤모델이라기 보다 팬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관계되는 배역으로 하고 싶다.

본인도 배우로서 ‘미생’이라고 생각하나?

장: 뭘 해도 완생은 없을 것 같다. 한 개인이 죽을 때 까지 살아가지만 결국해서 완생은 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한 배우가 된다면 완생에 조금은 가까워지지 않을까?(웃음)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장: 게을러 지지 않고. 채찍질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친구 중에 최덕문이라는 배우가 있다. 내가 치열하게 열심히 하다보면 옆에서 “그냥 쉽게쉽게 해”라고 조언한다.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는 거 같고. 그게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어야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어떤 역할을 맡든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드라마든 영화든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 ‘미생’이 끝이 아닌 시작으로. 늘 ‘잘 되겠지’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제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혜리 기자 hy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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