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마냥 섹시발랄해?… 클라라 “저도 외롭고 힘들 때 있죠”

[쿠키人터뷰] 마냥 섹시발랄해?… 클라라 “저도 외롭고 힘들 때 있죠”

기사승인 2015-01-12 06:00:58
사진=박효상 기자

배우 클라라(한국명 이성민·29)를 작품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긴 무명생활동안 꾸준히 연기를 했는데 ‘레깅스 시구’로 갑자기 스타덤에 올랐다. 자연히 이미지도 굳어졌다. 발랄함이 매력인 섹시한 아가씨.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워킹걸’에서도 비슷한 이미지다.

이번 영화에서 클라라는 작은 성인용품점을 운영하는 젊은 여성 CEO 난희 역을 맡았다. 난희는 첫 사랑이 끝난 뒤 몇 년간 그를 잊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소재부터 예사롭지 않은 작품에서 클라라는 캐릭터 특성을 살리려 노력했다. 과감한 의상들을 주로 선택했다. 혹자는 ‘또 섹시, 또 노출이구나’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클라라가 난희라는 인물에 끌린 이유는 그런 게 아니었다.

“난희는 일단 내면이 저와 많이 닮았어요. 저도 부모님과 항상 떨어져 지냈고 외국 생활 오래해서 한국에 왔을 땐 친구가 아무도 없었거든요. 혼자 자립심을 길러야하는 인생을 쭉 걸어왔던 것 같아요. 그런 외로움이 난희와 많이 닮았더라고요. 사랑에 대한 아픔? 그리고 새로운 사랑에 대한 두려움 그런 부분도 공감이 많이 됐고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클라라는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섹시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를 보면서 이런 부분에 집중하는 대중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섹시 이미지가 한층 더 굳어질는지도 모른다. 클라라는 “저는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린다고는 하지만 받아들이는 분들 입장과 시선은 다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웃었다.

그는 “이번 역할에서도 또 같은 섹시한 역할로 봐주시는 분들도 있으신 반면 클라라의 새로운 모습이라고 봐주시는 분들도 있다”며 “저는 난희를 통해 제 내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워킹걸’엔 보희(조여정 분)와 동업할 때 귀여운 모습도 있고 고경표(극중 난희의 새 남자친구)씨와의 아기자기하고 순수한 모습도 있다”며 “그런 면도 봐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몇 분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정말 밝은 성격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졌다. 다소 대답하기 어려울만한 질문에도 클라라는 까르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은 아닐까. 클라라는 “그게 제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저도 외로울 때가 있고 여러 생각 많아질 때도 있어요. 근데 전 제가 항상 좋은 에너지 줘야하는 역할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해요.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를 전달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제가 힘든 내색을 다 하고 그러고 싶진 않아요. 그럼 스스로도 너무 인생이 외로워지고 더 침체될 것 같아요. 그냥 하루하루 즐기고 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정말 외롭고 힘들 땐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클라라는 “그냥 웃어요”라면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생각하는 것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고 믿는다”며 “외로워하면 할수록 더 외로워지는 것 같아 마인드 컨트롤 많이 한다”고 했다. 이어 “밝게 살려고 하는 이유는 그만큼 인생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라며 “우울하려고 하지 않고 내가 지금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를 많이 생각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밝은 이미지로만 사람을 대한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집요하게 또 질문을 했다. 클라라는 “오히려 힘든 점은 없는 것 같다”며 “스스로 밝으려고 노력을 하는 만큼 주위 분들이 좋은 에너지 받아서 너무 좋다고 해주시는 것에 제가 다시 에너지를 받는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의 관점에 따라 인생이 그 길로 쫓아가는 것 같다”며 “밝게 살려고 노력하는 만큼 모든 게 행복하고 즐거워 보인다”고 했다. ‘정말 무한 긍정녀였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도 어려운 시기는 있었다. 스무살 때 한 시계 광고 모델로 발탁되며 연예계에 발을 내딛은 클라라는 이후 각종 드라마에 얼굴을 비췄다. 8년 동안 일일, 주말, 시트콤, 미니시리즈 등 안 해본 게 거의 없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 배우 클라라를 기억해주는 이는 많지 않았다.

“무명시절 경험이 지금은 굉장히 소중하지만, 사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한국이름 이성민으로 활동하다 클라라로 바꾸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죠. 사실 제가 익숙하고 편안한 이름은 클라라인데 그 이름으로 활동하면 연기자로 안 봐줄 거라는 얘기가 많았었어요. 그냥 클라라로 자유롭게 활동 해보고 후회 없이 그만두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했던 것 같아요. ‘클라라라는 사람이 있어요’라고.”

그렇게 ‘신의 한 수’였던 시구를 하게 됐다. 불과 경기 3일 전 급하게 들어온 제안이었다. 원래 예정됐던 시구자가 취소되며 대타로 클라라가 뽑혔다. 잡은 기회는 노력으로 살려냈다. 클라라는 공 던지는 연습은 물론 시구로 보여줄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앞서 시구했던 연예인들을 검색해보면서 뭔가 색다른 게 없을까 고민했다.

강한 인상을 남기기엔 의상이 중요했다. 일단 폼이 잘 보여야 했다. 흰색이었던 팀 유니폼 색깔도 고려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하얀 레깅스였다. 클라라는 “레깅스로 그렇게 주목을 받을 줄은 몰랐지만 지금은 감사하다”며 “레깅스 덕분에 더 주목받을 수 있었고 수식어까지 붙은 건 좋은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그때 그 ‘레깅스 시구’가 없었다면 지금의 클라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연기자로 드라마만 하다 보니 작품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지 않으면 저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지도 모르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점 섭외도 줄고 일도 줄고…. 그런 과정을 겪다보니까 저를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저를 찾아주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시구를 안했으면? 아마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굉장히 노력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저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워킹걸’ 이후에도 클라라는 빠듯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1월 중순 영화 촬영을 위해 홍콩에 다녀온 뒤 2월엔 미국으로 간다. 2~3월 진행되는 오디션들에 참가해 할리우드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꿈도 욕심도 많은 클라라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바람은 한 가지 있다.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때 정말 좋은 배우로 거듭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요. 저도 제가 연기한 역할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영감과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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