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국제시장’과 다른 ‘이별까지 7일’…이시이 유야 “日아버지 강한 존재 아냐”

[쿠키人터뷰] ‘국제시장’과 다른 ‘이별까지 7일’…이시이 유야 “日아버지 강한 존재 아냐”

기사승인 2015-01-14 17:32:55

"“일본에서 아버지는 더 이상 강한 존재가 아닙니다. 물론 가족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아버지의 가치가 점점 실추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별까지 7일’ 이시이 유야(32) 감독은 영화에서 아버지를 나약한 존재로 그린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영화는 일주일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머니(하라다 미에코)와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극중 아버지(나가츠카 쿄조)는 나약하기 짝이 없다. 평생 돈을 벌어 준 적 없어 아내가 11곳에서 300만 엔의 사금융 대출을 받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회사 빚을 포함해 6500만 엔의 빚이 있다.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를 두고도 아들에 병원비 걱정을 한다.


유야 감독은 “일본에서 전(前) 세대 아버지는 가장 무섭고 권위 있는 사람이었다. 일본에서는 지진 화재 태풍 번개 다음으로 무서운 사람이 아버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하지만 현재 아버지의 역할은 돈만 벌어주면 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가치가 점점 실추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지금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한다”며 권위적인 전 세대 아버지에 비해 현재 아버지들이 나은 이유를 설명했다. “전 세대 아버지들은 밖에서 애인 사귀는 등 할 것 못 할 것 다하는 남자들”이라며 “그런 남자들은 좋은 아버지가 아니지 않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맘대로 할 수 있는 남자들이 많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전에는 남자들이 충분히 감추면서 할 것 다했지만 지금은 감출 수 있는 힘도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아버지가 나약한 존재가 된 게 아닐까.

결국 장남이 무거운 짐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극중 동생 슌페이(이케마츠 소스케)는 형이 예전처럼 방 안에 들어가 밖에 나오지 않을까 걱정한다. 고등학교 시절 코스케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지냈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히키코모리, 힘든 경제 상황, 나약한 아버지 등 일본 현재 사회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많다.

“현재 일본 사회에 있는 현실을 영화에 반영한 게 맞아요. 그런데 사회문제가 곧 가족문제이고 가족문제가 곧 사회문제 아닐까요. 코스케가 어머니의 병명인 뇌종양과 약 이름 등을 수첩에 기록하는 장면은 장남으로서 짊어지는 책임감을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였어요. 내가 지금 알아야 하고 해야 할 일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거죠.”


유야 감독은 물론 “(영화에) 자신의 경험도 반영됐다”고 고백했다. “가족 구성원이 똑같다”는 그는 “형이 있고 어머니가 어릴 때 돌아가셔서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남 얘기 같지 않았다”고 짚었다. 차남의 집안에서 역할, 가족에게 큰 문제가 생겼을 때 동요하는 점 등이 반영됐다고 한다. 또 “형의 경우 장남이기에 본인이 모든 문제를 감당해야 된다는 중압감과 그런 것들을 감당하지 못해서 결국 폭발하고 패닉 상태가 되는 것들을 봤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는다. 비교적 담담하게 가족의 일상을 담았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감독 윤제균)과 비교되는 점도 많다. ‘이별까지 7일’은 있는 그대로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면 국제시장은 눈물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많다. “어머니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설정 자체가 슬픈데 ‘여러분 한번 울어주세요’라고 일부러 자극하는 게 아무런 생산성이 없다고 느껴졌다”는 유야 감독. 이별까지 7일이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이유다.

코스케 아내(쿠로카와 메이)가 태어날 아기를 위해 남편이 시어머니 병원비 대는 걸 반대하는 것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코스케 아내를) 나쁜 역할로 그리고 싶지도 않았다”며 “서로 배려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둘이 좋아서 결혼했지만 병원비를 대주지 않으면 ‘코스케를 좋아하지 않느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여러 이유로 반대했지만 결국 ‘나는 코스케 당신 정말 좋아요’라는 건 표현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일본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주변의 소소한 소재로 감동을 주는 것 아닐까. ‘이별까지 7일’은 이러한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영화인 듯 하다. ‘행복한 사전’으로 일본 아카데미를 휩쓸며 일본 영화계 기대주로 떠오른 유야 감독의 연출은 기대 이상이었다. “일본에서 상영했을 때 기존의 가족을 그린 영화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는 평이 많았어요. 담담하게 그린 부분이 다르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영화는 작가 하야미 가즈마사 소설 ‘이별까지 7일’(원제: 모래 위의 팡파레)이 원작이다. 그는 이별까지 7일 연출 후 “왜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었나”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읽고 나서 관심이 갔다”이다. 작가가 이 작품을 썼을 때 30대 초반이었고 자신 또한 20대 후반에 책을 읽고 영화를 하게 됐다며 “20~30대 젊은 감성으로서 가족을 바라보는 것에 끌렸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영화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입니다’라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지는 않단다. “이 명제에 대한 해답은 평생 찾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며 “가족은 가까이 있지만 등한시하지 않냐. 영화를 통해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최지윤 기자 기자
jyc8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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