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다니엘 헤니 “빅 히어로 일본 느낌 난다고? 韓 관객 충분히 배려”

[쿠키人터뷰] 다니엘 헤니 “빅 히어로 일본 느낌 난다고? 韓 관객 충분히 배려”

기사승인 2015-01-19 17:52:55
사진=올댓시네마

"다니엘 헤니(36)는 한국 배우인지, 외국 배우인지 가끔 헷갈린다. 어머니가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어가 서툰 탓이다. 2005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에도 한국어 실력에 대한 평가는 항상 따라 다녔다.

아직 한국어보다는 영어로 연기하는 게 편하다는 헤니. “감정 기복이 많지 않은 건 괜찮은데 (감정)변화가 심하면 한국어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어찌 보면 할리우드 영화 출연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감독 개빈 후드)과 드라마 ‘쓰리 리버스’에 간간히 얼굴을 내비쳤다. 그런데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감독 돈 홀)는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다.

“에이전시에서 전화가 와서 오디션을 봤어요. 2시간 동안 (오디션을) 봤는데 되게 힘들었어요. 애니메이션은 대본이 따로 없거든요. 콘티 보고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한 뒤 20분 동안 애드리브만 했어요. 2주 뒤에도 연락이 없었더라고요. 갑자기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죠.”


‘빅 히어로’는 천재 공학도 형제 테디와 히로가 만든 힐링 로봇 베이맥스가 가장 사랑스러운 슈퍼히어로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헤니는 베이맥스를 발명한 천재 학도로 방황하는 동생 히로에게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처음으로 도전한 더빙 연기가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아직 연기 자체가 힘들다”며 영어 연기라고 쉬운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디즈니 작품이니까 잘하고 싶었다”며 “‘실수하면 안돼’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녹음실에 들어가면 마이크 앞에 혼자 서 있으니까 무서웠다. 앞방에는 유명한 프로듀서, 감독이 앉아 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정말 어린 아이처럼 미친 듯이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애니메이션 연기할 때) 목소리 톤을 신경썼고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동생, 친구, 부모등 상대에 따라 톤이 달라지지 않냐. 실제로 형제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혼자 자라서 내가 형 혹은 동생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어려운 촬영으로는 베이맥스를 만들고 테스트 하는 장면을 꼽았다. 녹음실에서 혼자 베이맥스를 완성하기까지의 감정을 표현해내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녹음실에서 혼자 뛰고 소리 지르면서 했다”며 “이 신을 찍는데 이틀 정도 걸렸다”고 귀띔했다.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 팬이었다는 헤니에게 ‘빅 히어로’ 출연은 많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디즈니 작품이기도 하지만 많은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할리우드에서 많은 작품이 들어오는데 한국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안 하는 역할이 있어요. 아직까지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아인 캐릭터를 10년 전처럼 그리거든요. 워낙에 동양인들의 역할이 한정적이에요.”

헤니는 “10년 전 아시아인 모습을 그대로 그린다면 내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최근 제안 받은 역할도 동양인을 비하하는 면이 없지 않아 출연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한국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길 바라 미국에서 정점을 찍고 돌아오고 싶은 마음도 크단다.

그런데 ‘빅 히어로’에서 배경이 ‘샌프란쇼쿄’다. 샌프란시스코와 도쿄의 합성어로 일본 분위기의 주택과 간판, 장식물 등이 많이 등장한다. 주인공 ‘히로’(Hiro)도 일본 느낌이 진하게 베어있다. 영화를 보는데 거슬리지 않지만 왜색에 민감한 한국인들에게 충분히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

다니엘 헤니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어서 인지 그는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인터뷰 내내 그는 “한국어가 힘들다”며 영어로 대답하곤 했다.

“솔직히 말해 이번 영화에 저는 배우로 참여했어요. 멋진 영화에 참여하게 된 것만으로 영광이죠. 분명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변국가들 간에 분쟁이 존재하고 다양한 이슈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어려워요. 모든 국가들이 각자의 역사적 문제를 갖고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빅 히어로’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기뻐요.”

그러면서 “제작진이 한국의 문화에 맞춰 영화를 각색한 것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본다”며 영화에 처음 출연할 때 제작자와 감독에게 가장 먼저 ‘한국에서도 상영되는지’ 물었다고 한다. “이들에게 한국에 꼭 가야 한다’고 했다”며 “솔직히 제작자와 감독이 정말 한국에 올지 몰랐다. 이들이 한국을 방문한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고 한국을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앉아있던 매니저는 기분이 나쁜지 통역을 하지 않았다. 헤니는 직접적인 답변은 피했지만 영화에 참여한 것만으로 자랑스럽고 제작진이 충분히 한국 관객들을 배려했다고 강조했다.


헤니에게 “할리우드 영화 위주로 출연할 계획이냐”고 물으니 “오디션을 보면 바로 답이 오는 게 아니다. 몇 개월 정도 걸린다”며 “오디션을 몇 개 봤는데 아직 답이 없다. 영화 2개 정도 기다리고 있고 하나는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난 한국배우다. ‘삼순이’ 없었으면 빅 히어로도 못 찍었을 것”이라며 “한국 활동 계획은 항상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얼마 전에 다시 삼순이 봤는데 재밌었어요. 이제 ‘아~이런 내용이구나’ 알게 됐죠. 촬영할 때 시청률이 왜 이렇게 잘 나오는지 몰랐거든요. 한국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 많이 해요. 영화 ‘스파이’에서 악역 했으니까 다시 젠틀한 모습 보여주고 싶기도 해요(웃음).”

동시에 디즈니 제작진들과 다시 작업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헤니는 “(제작진에게) 어제 메일이 왔다”며 “연락 안 오면 6개월 후에 다시 메일 보낼 거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국내와 해외 작품 중 선택은 헤니의 몫이다. 할리우드 영화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그에게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 듯 하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최지윤 기자 기자
jyc8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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