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많은 마취법, 논의만 되풀이?

논란 많은 마취법, 논의만 되풀이?

기사승인 2015-01-27 15:05:56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불의의 골절상을 입고 인근 정형외과를 찾았다. 병원은 보호자들에게 “아이의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전신마취가 위험하지 않느냐”는 보호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답했다. 부모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의료진은 비교적 쉬운 수술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술실로 들어간 아이는 다시는 부모 품으로 되돌아올 수 없었다.

지난해 마취 의료사고로 9살 난 딸을 잃은 서동균 씨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마취전문의가 한 명도 없는 곳에서 간호조무사가 전신마취를 시행하는 의료현실이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왜 그 누구도 이를 바로잡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현행 의료법 상 수술에 필요한 마취를 마취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사도 할 수 있다. 즉 수술하는 의사가 직접 마취를 해도 불법은 아니란 이야기다. 그러나 이 경우 마취가 이뤄지는 전 과정의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다. 마취는 환자에게 마취약제를 투여하는 전과 환자가 마취를 깨어나는 회복과정이 중요한 데, 수술 집도의는 수술에 집중한 나머지를 환자상태의 감시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인력이 적은 개인병원에서는 간호사가 마취 일을 대신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홍성진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홍보이사(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전신마취는 자발호흡이 없어지고 의식도 없어진다. 근육이완제를 쓰기 때문에 팔다리에 힘이 없다. 외부에서 어떤 충격을 가해도 마취에서 깨는 법이 없다. 수면마취와 다른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신마취의 경우 호흡과 의식을 되돌리는 회복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때 집도의 외에 독립적인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변수가 발생하면 적절히 처치해야한다. 그러나 성형외과나 정형외과 등 개인병원의 경우 환자의 호흡과 맥박 등을 계속 관찰할 마취전문의를 따로 두지 않고 수술을 집도한 의사 혼자 마취도 하고 수술도 다 하다 보니 환자를 방치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또 마취약제와 마취 중 환자관리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간호사에게 이를 맡기는 경우도 드물지 않아 마취 후 회복실에서 의료사고가 발생빈도가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국내 마취와 관련된 의료사고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책임을 느낀 의료계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취재결과,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최근 복지부 관계자를 만나 마취 의료사고 내용을 분석한 자료를 제공하고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고 한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홍성진 홍보이사는 “규모가 큰 성형외과나 정형외과에서는 외부 마취전문의를 초빙해서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마취전문의를 초빙하는 것까지는 그나마 낫다. 그러나 수가가 인정되는 진료범위가 좁다. 마취의의 진료범위가 수술 전 마취를 실시하고 마취가 진행되는 수술 중까지만 인정된다. 환자의 호흡과 반사기능이 돌아올 때까지 관찰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수가가 인정되는 진료범위를 넓혀 회복실에서도 마취의가 상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성진 홍보이사는 또 “마취기록지 작성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상세하게 기록하지 않은 마취 수술 건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인정하지 않거나 삭감돼야한다. 의료진이 투여한 마취약제의 종류, 약제의 용량, 환자의 신체변화 등을 마취기록지에 상세하게 기록하는 것만으로 의료사고 발생빈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마취 관련 의료사고를 막기 위해 의료법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학회가 요구하는 개선안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모든 마취행위에 대해 마취전문의를 회복실에 상주하게 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전신마취가 필요한 고난이도 수술이나 합병증 위험이 높은 환자 시술에 대해 마취전문의를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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