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열풍, 무엇이 예비엄마를 유혹하는가

산후조리원 열풍, 무엇이 예비엄마를 유혹하는가

기사승인 2015-02-02 14:36:55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출산 후 몸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평생 건강이 좌우된다고 하잖아요. 과거에는 출산 후 뚱뚱해진 몸을 그대로 안고 살았지만 지금은 여성들도 계속 직장이 다니니까 처녀 때 몸매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터무니없이 비싼 곳은 싫지만 비싼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싶어 이용하고 있어요.” 출산 2개월 한수희(가명·29세)

유명 연예인이 이용했다는 산후조리원은 그 이용료만 한달에 수천만원을 호가하지만 수개월 전에 예약해야만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과거에는 친정이나 집에서 집안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산후조리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예비엄마들 사이에선 출산 후 찾은 산후조리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대한민국의 산후조리원 열풍, 무엇이 엄마들을 산후조리원으로 향하게 만들었을까.

출산 후 몸관리는 여성의 평생건강을 좌우한다. 그러나 유독 산후조리원을 선호하게 된 시대적 변화에는 조금 다른 이유가 숨어있다. 일단 일하는 여성의 증가다. 출산 후 다시 직장으로 복귀해야하는데, 이때 임신과 출산으로 엉망이 된 몸매는 산후우울증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직장인 최윤모(가명·32세) 씨는 산후조리원 선택 기준을 몸매관리 프로그램에 두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아줌마 같은 직장인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속칭 처녀 같은 아줌마들이 많아요. 그만큼 자신을 꾸미죠. 또 회사에서는 외모가 승진의 비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인의 업무능력만큼이나 외모를 중시하는 편이에요. 무조건 예쁜 것을 선호한다기보다 누구나 건강한 이미지를 좋아하잖아요. 출산으로 늘어난 배는 게으르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때 몸매관리 프로그램 특징들을 주요하게 살폈죠.”

최 씨처럼 요가, 수영, 마사지, 피부관리 등 몸매 관리 프로그램을 꼼꼼히 살피는 소비자들이 많아 최근 들어선 산후조리원들이 이같은 서비스 제공에 집중한다. 그러나 최씨처럼 다양한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산후조리원의 위치를 중요하게 살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리원 동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러 산모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육아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다양한 인맥이 형성되는데 그 인맥이 아기를 키우는 동안에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을 이용 중인 조빈우(가명·38세)씨는 “어느 유치원이 좋은지, 어떤 영어책을 읽혀야하는지, 알짜배기 정보는 인터넷보다 오프라인에 있다. 비싼 조리원일수록 조기교육에 열을 올리는 엄마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일부로 이런 곳을 택했다”고 말했다.

조기교육 열풍이 여성들이 출산 후 조리원을 찾는 이유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턱없이 비싼 값을 요구하는 산후조리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적정기준이 없어 공급자가 부르는 게 값인 거다. 또 고급화를 선호하는 경향 탓에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아도 병원 규모와 인테리어 등이 화려하면 이용료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출산을 앞둔 김 씨는 “처음부터 조리원을 다닐지 말지 고민하기보다 어느 조리원을 가야하는지를 고민한다. 보편화된 거다.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때 비용을 가장 고민하지만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 서비스가 괜찮다 싶으면 한달 이용료가 1000만원 대로 올라선다. 중간이 없다. 시설이 좋지 않아 저렴하거나 터무니없이 비싸지거나 둘 중 하나다”고 토로했다.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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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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