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김준수, 이렇게 노래해서 7개 도시 투어 가능할까

[쿡리뷰] 김준수, 이렇게 노래해서 7개 도시 투어 가능할까

기사승인 2015-03-08 13:17:55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저에게 무대란 살아있음을 느끼는 곳이에요. 방송으로는 절 보기 힘드니까…. 팬들께 제가 아직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이기도 해요. 몇 회 공연을 할지라도 단 한 회도 허투루 하지 않으려 해요. 모든 걸 다 쏟으려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죠. 그만큼 더 악물고 하는 것 같아요.”

콘서트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가수 김준수는 이렇게 말했다. 의례 하는 말이겠거니 흘려들었다. 그런데 몇 분 뒤 그는 보란 듯이 증명해 보였다. 공연 내내 이 말이 뇌리에 맴돌았다.

7일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 시아 써드 아시아 투어 콘서트-플라워(2015 XIA 3rd ASIA TOUR CONCERT-FLOWER)’에서 김준수는 자신의 모든 걸 쏟아내는 듯했다. 혼자 선보이는 무대에 대한 강한 의지였을까. 어느덧 솔로 3집을 낸 그는 이제 홀로 무대에 서는 것에도 꽤 익숙해보였다. JYJ(박유천 김재중) 멤버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오프닝은 정규 2집 타이틀곡 ‘인크레더블(Incredible)’로 꾸며졌다. 쏟아지는 팬들의 환호성에 김준수는 화려한 댄스 퍼포먼스로 화답했다. 푸른빛 염색 머리와 맞춘 듯한 파란 롱자켓이 연신 흩날렸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온몸이 부서져라 춤을 췄다.

첫 곡이 끝난 뒤 그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 오프닝 인사를 했다. 팬들은 빨간색 야광봉을 흔들며 반겼다. 얼마 전 발표한 정규 3집 수록곡들이 이어지자 환호성은 점점 커졌다.

섹시한 느낌의 ‘엑스 송(X Song)’은 김준수와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렸다. 유연하게 그루브 댄스를 출 때마다 팬들을 탄성을 내질렀다. 그가 무대 좌우 구석을 찾아 그루브를 추니 스탠딩 관객들은 이리저리 크게 술렁였다. 자칫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다.

뜨거웠던 분위기는 발라드 곡이 시작되면서 다소 누그러졌다. 하얀 의상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는 리프트 위에 올라 ‘러브 유 모어(Love you more)’를 열창했다. 김준수 뒤 스크린엔 커다란 나비 날개가 겹쳐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어진 ‘리치(Reach)’ 무대에서는 스탠딩 마이크를 앞에 서서 절절하게 노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얼이 작곡한 ‘나의 밤(My Night)’으로 잔잔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김준수가 의자에 앉은 한 소절 한 소절 힘주어 노래하자 객석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김준수 머리 위로 드리워진 꽃나무와 푸른빛 조명이 어우러져 왠지 쓸쓸한 느낌을 더했다.

반가운 OST 히트곡을 만나볼 수 있는 메들리 무대도 있었다. 메들리에는 ‘유 아 쏘 뷰티풀(You are so beautiful)’ ‘바보가슴’ ‘사랑합니다’ ‘널 사랑한 시간에’ ‘사랑은 눈꽃처럼’이 선곡됐다. 김준수는 “(제가 부른 OST를) 전부 부르면 25~26곡이 넘어간다”면서 “밤길이 위험한데 미인인 팬분들을 빨리 보내 드려야 하지 않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여러 곡을 이어 붙여 무대를 꾸몄으나 물 흐르듯 편곡해 어색함이 없었다. 특히 고음을 소화하면서는 뮤지컬에서 갈고 닦은 성량을 마음껏 뽐냈다. 가성을 쓰지 않고 정공법을 택했다. 다만 매 소절 끝마다 바이브레이션을 넣는 창법은 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백하게 들리진 않았다. 그러나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혼신을 다해 노래하는 그 모습 자체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연 중반부 쯤 김준수는 나비 날개가 달린 이동식 리프트를 타고 공연장 중앙에 위치한 아일랜드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모든 조명은 무대 중앙에 떠있는 김준수에게 집중됐다. ‘나비(Butterfly)’를 부르면서 이동했는데,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음정이 놀라웠다.

중앙 무대에선 팬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 타임’ 코너가 진행됐다. 어떤 노래를 지정해 불러달라거나 새로운 랩, 춤 등을 보여 달라는 요청들이 나왔다. 김준수는 친근하고 능수능란한 모습으로 코너를 진행했다. 동방신기로 데뷔한 뒤 JYJ로 활동하며 10년 이상을 함께 해온 그와 팬들 사이엔 끈끈한 뭔가가 엿보였다.

공연은 점점 절정으로 치달았다. 파워풀한 ‘아웃 오브 컨트롤(Out of control)’ 무대가 이어졌다. 네 명의 댄서들과의 합이 돋보이는 무대.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댄스에 공연장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호흡을 다시 가다듬고 ‘라이센스 투 러브(License to Love)’를 열창하자 자연히 분위기는 정리됐다.


공연에는 뮤지컬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함께 담아 눈길을 끌었다. 작은 뮤지컬처럼 무대를 꾸며 탭 댄스와 함께 신곡 ‘뮤지컬 인 라이프(Musical in Life)’을 선보였다. 실제 그가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불렀던 ‘러빙 유 킵스 미 어라이브(Loving you keeps me alive)’를 편곡해 부르기도 했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 ‘꽃(Flower)’으로 화려한 끝을 장식했다. 맨 몸에 붉은색 자켓 걸치고 등장한 그는 강렬한 춤과 노래를 선사했다. 불꽃이 터지는 등 무대효과와 잘 어우러졌다. 부르짖는 듯한 가창력으로 노래가 마무리되자 공연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사실 가수 김준수 공연을 그리 많이 본 편은 아니었다. 아직 시아준수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기도 했다. 워낙 톱 아이돌이었기에 더욱 그랬으리라. 가창력이 썩 뛰어나고 춤을 잘 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다였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변화가 이는 덴 단 한 번의 공연으로 충분했다.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지난 3일 일본 오사카 공연을 시작으로 포문을 열었다. 서울 공연 이후 상해, 태국, 도쿄, 후쿠오카, 나오야 등 7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노래마다 온 몸이 바스라져라 노래하는 그에게 가능한 일정일까. “10년 경력의 체력안배와 내공을 보여줄 수 있는 능수능란한 공연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의 말을 일단 믿어본다.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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