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김단비 기자] 아덴만 영웅 석해균 선장 ‘치료비’ 과연 누구 몫일까

[현장에서/김단비 기자] 아덴만 영웅 석해균 선장 ‘치료비’ 과연 누구 몫일까

기사승인 2015-03-13 01:30:59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서 총상을 입고 귀국한 석해균 선장은 아주대병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석 선장의 건강상태만 뉴스화된 것이 아니다. 석해균 선장의 치료는 한국의 열악한 중증외상의료 시스템을 그대로 보여줬다.

총상을 입은 석 선장을 치료할만한 외상전문의가 국내에 없다는 현실과 최고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서울의 대형병원이 돈이 되지 않은 중증외상환자를 외면하는 현실이 드러났다. 구급차에 실려 온 외상환자를 CT촬영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또 다른 대형병원 응급실로 보내지는 일은 취재 중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렇다할만한 외상전문병원도 없고, 외상치료에 특화된 전문인력이나 치료공간이라 할 수 있는 응급실의 사정도 열악하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에 중증외상센터(권역외상센터)를 세우는 일이었다.

최근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아주대병원이 발생한 치료비 전부를 부담해야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석 선장의 전 회사인 삼호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자산이 묶이면서 병원비를 지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병원 측은 “정부에서 적절한 조치를 해주지 않는다면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며 “국가적인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도 병원 편에 섰다. 바뀐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석해균 선장 사건 이후 중증외상치료의 중요성이 불거졌지만 실질적인 일에 나라는 인색했다. 정부는 권역외상센터의 시설과 인력을 개선하려고 매년 7억원에서 28억원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권역외상센터를 운영 중인 병원서는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외상외과 전문의는 “정부의 운영지원금은 전문의 인건비만 해당해 의료필수 인력인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외상센터 행정 인력에 대한 인건비지원은 일체 없다. 현재의 건강보험금으로는 이러한 인건비를 충장할 수 없어 지정받은 병원의 자체부담금이 여전히 매우 크다”며 “적자가 뻔한 사업에 87억원 이상의 현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운영진의 사명감이 투철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병원에서 치료비를 그대로 떠안게 된 일이나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의료진의 사기만 저하시키는 상황은 국내 외상 의료의 미래가 밝지 않음을 보여준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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