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세 아이 아빠 김성균 “‘살인의뢰’선 감정절제 안되더라”

[쿠키人터뷰] 세 아이 아빠 김성균 “‘살인의뢰’선 감정절제 안되더라”

기사승인 2015-03-16 11:22:55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연극계서 이름을 날리던 배우 김성균(35)이 영화를 시작하면서 한 생각은 ‘악역이 내 길이구나’라는 것이었단다. 데뷔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에서의 깡패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웠던 걸까. 연쇄살인마는 물론 각종 범죄자 역할들이 연달아 들어왔다.

이번 영화 ‘살인의뢰’에서는 좀 다르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가족을 연기했다. 극중 김성균은 연쇄살인마(박성웅)에게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괴로워하는 승현 역을 맡았다. 아내 뱃속에는 두 사람의 아이까지 자라고 있던 상황. 자신의 모든 걸 한순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그는 3년이라는 준비기간 동안 치밀한 복수를 계획한다.

극 초반 승현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삼천포를 떠올리게 하는 순진하고 우직한 인물이다. 하지만 복수 계획을 실행해나가면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이웃사람’(2012)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등서 봤던 소름 돋는 악역 연기가 얼핏 엿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간절한 아픔과 고통을 표현해낸 것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성균은 “‘살인의뢰’를 찍으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괴로운 상황을 계속 생각해야 했던 탓이다. 실제 두 아들을 둔 가장인 그는 최근 아내가 셋째를 임신하면서 세 아이 아빠가 됐다. 행복한 현실과 영화 속 상황이 겹쳐 더 혼란스럽진 않았을까. 하지만 김성균은 “제 일상이 승현이를 이해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살인의뢰’ 촬영하면서 어땠나
“힘들었어요. 우울증에 걸렸었어요. 계속 그런 안 좋은 생각해야 되니까 우울하죠. (범죄) 피해자 가족들 생각하고 그런 다큐도 보고…. 계속 생각이 그쪽으로 가있으니까 일상생활 중에도 우울증이 생기더라고요.”

-승현에게 인간적으로 공감한 부분이 있다면
“이걸 찍을 때 (현실적으로는) 사랑하는 우리 식구들이 많이 생겼을 때잖아요. 우리 큰아들, 둘째아들, 그리고 셋째도 생겼고요. 저는 현실에선 굉장히 행복한 가정의 남자예요. 그런데 승현이는 그런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잖아요. 지금 이렇게 행복한 저의 일상이 오히려 승현이를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됐죠.”

-3년 전에서 후로 넘어가면서 겪는 감정변화가 큰데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너 같으면 어떻게 했겠느냐’는 질문은 진짜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아픔이 크니까 자살기도를 택한 거고, 죽는 것조차 쉽게 안 되니 복수를 선택한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승현의 행동이 이해되고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하는 입장에선 어떻게 이해했나
“원래는 이런 것들을 좀 더 연기적으로, 테크닉적으로 가져가려고 했었거든요? 좀 더 미끈하게, 고급스럽게 연기를 하려고 했죠. 근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그렇게 하면 이 인물이 설득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감정적으로 내지르게 되는 (연기를 했어요).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시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연기가 너무 촌스럽고 투박했죠? 근데 그 현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다시 그런 영화 찍으면 또 어떻게 할 진 모르겠지만요.”


-전체적으로 감정이 과잉됐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
“그런 신들이 많아요. (그런 감정들을) 다 직접적으로 카메라 앵글에 담아내니까요. 근데 그 순간에서는 뭘 절제를 할 만한 장면이 아니더라고요. 여기서 연기를 절제하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와이프가 죽고, 죽음을 시도하고, 살인범이 눈앞에 있고…. 거기서 막 절제를 한다?(한숨) 글쎄요.”

-제일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저도 감정처리 같은 부분이 개인적으로 아쉬웠어요. 연기 부분에서 감정처리가 아쉬웠는데,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럼 어떻게 해야 되지?’ (싶더라고요). 더 공부를 해야겠지만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이건 뭐 죽을 때까지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웃음).”

-살인범 역할 맡았을 때와 어떤 차이가 있었나
“살인범 (연기)할 때는 굉장히 기분이 더럽고 그랬죠. 우리가 살인범의 뇌구조나 심리를 알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살인범 이미지를 위주로 많이 봤어요. 이 사람의 내면을 알 수가 없으니까 마음은 모르겠고, 이미지를 받아들이다 보니까 내 자신이 좀 불쾌해지더라고요. 근데 승현 같은 경우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게 닥치는 불행이었으니까. 그 마음에 0.01%까지도 가까이 못 갔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지점에서 방향성은 생기잖아요. 생각 이상으로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작품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저는 원래 (작품에) 들어가고 빠져나오고 잘 그런 걸 몰라요. 그냥 연기는 연기적으로 그 순간에 맞춰서 하죠. 근데 이번 작품은 이상하게 (좀 달랐어요). 현장에서 느낀 경험들이 진짜 나의 안 좋았던 악몽같이 느껴지더라고요. 마치 어릴 적 겪었던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것처럼. 일상생활을 하면서 현장에서의 감정들이 툭툭 튀어나와서 ‘이게 뭐지?’ 싶었어요. (작품에서) 못 빠져나온다는 사람들의 말을 조금 이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인의뢰’ 촬영하면서 가족들 생각 많이 났을 것 같다
“생각 많이 나죠.”

-바로 후속작 ‘명탐정 홍길동’ 촬영에 들어갔는데, 가족들과 시간 많이 보내나
“틈틈이 같이 시간 보내요. 하루 이틀씩 쉬거나 그러면 근처에 놀러도 다니고요. 올해는 1월 달에 한 달 쉬었어요. 한 달동안 집에만 있었어요. 틈틈이 쉬면서 일하고 쉬면서 일하고 그러고 있어요.”

-이제 좀 가벼운 작품을 많이 해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런가요? 지금은 뭐 이제 다양하게 찍고 있으니까요(웃음). 찍고 있고, 찍어 놓은 것도 있고. 뭐 이것도 했다가 저것도 했다가 요리조리 (해보고 있죠).”

-‘응답하라 1994’(응사)에서의 삼천포 역할 이후 다양해진 느낌이다
“그럼요. 확실히 그렇죠. (제 연기인생에는) 한 세 개의 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범죄와의 전쟁’ 찍기 전, 그 이후, 그 다음 ‘응사’.


-어떤 차이들이 있었나
“‘범죄와의 전쟁’ 찍기 전에는 영화 쪽에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찍고 나서는 영화 쪽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 알게 됐죠. 그리고서 악역 전문으로 시나리오가 들어오다가…. 어느 정신 나간 PD님이 대학생 역할이라는 정신 나간 캐릭터를 제안해서(웃음). 내 인생을 포기하면서 작품을 찍었고, 잘 됐죠. 잘 돼서 그 이후엔 다양한 작품이 들어오더라. 뭐 이런 거죠. 하하.”

-‘인생을 포기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범죄와의 전쟁’ 이후에 계속 거칠고 무서운 악역이나 거친 남자 이런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거울을 보면서 ‘내가 먹고 살 길을 이것이다’ (생각했죠). 이 장르로 작은 액수라도 욕심내지 말고 꾸준히 하면 이걸로 내가 행복하게 연기 생활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큰 욕심 없이 지냈던 것 같아요. 그러고 있는데 ‘응사’ 제안이 들어온 거죠. 사실 굉장히 우스꽝스러워질 줄 알았어요. 액면가가 이런데(웃음). 40대 같은 남자를 불러가지고 낭랑 18세같은 연기를 시키니까. ‘이 역할 하면 앞으로 내 갈 길이라고 생각했던 악역은 물 건너갔다’ 그런 걱정이 앞섰죠.”

-원래부터 ‘악연전문 배우’를 염두에 뒀나
“내 갈 길은 이거다(웃음).”

-혹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
“전 특별히 가리는 건 없어요. 누차 하는 얘기지만 저는 어떤 김밥천국 같은 그런 배우예요. 특별히 맛있는 건 없지만, 특별히 잘 하는 건 없지만 이것저것 시키면 다 나와요. 김밥도 있고 라면도 있고. 육개장 만둣국 떡볶이도…. 고급스러운 음식은 아니지만 어쨌든 다 해드릴 수 있어요. 주문하십시오.”

-그 중 악역은 (대표 메뉴인) 김밥 정도가 되겠다
“땡초김밥 같은 거죠(웃음).”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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