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상경 “‘살인의뢰’ 왜 선택했냐고 물어보실 거죠?”

[쿠키人터뷰] 김상경 “‘살인의뢰’ 왜 선택했냐고 물어보실 거죠?”

기사승인 2015-03-16 12:56:55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배우 김상경(43)을 처음 만난 소감? ‘반전이다.’

작품 안에서 무게감 있는 역할을 주로 연기했던 그에겐 왠지 거리감이 느껴졌다.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를 봤다면 생각이 좀 달랐을까. 이토록 유쾌한 남자인 줄 미처 알지 못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살인의뢰’ 홍보차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상경을 만났다. 그는 그곳에서 하루 종일 수십개 매체와 연달아 만나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범상치 않은 농담이 귀에 꽂혔다. “이렇게 인터뷰를 오래 하잖아요? 피 뽑으면 주스가 나올 것 같아요.” 뭔가 다른 인터뷰가 될 거란 예상이 순간 머리를 스쳤다.


김상경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영화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그는 “(완성본은) 원래 찍을 때 시나리오에서 많이 변한 게 있다”면서 “영화는 편집예술이니 많이 바뀌긴 하지만, 사실 지금 전 약간 혼란에 빠져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살인의뢰’는 연쇄살인마(박성웅)에게 여동생(윤승아)을 잃은 형사 태수(김상경)와 아내를 잃은 남자 승현(김성균)의 극한 분노를 그린 영화다. 여느 범죄스릴러물과 극명하게 다른 점은 범인이 잡힌 뒤 본격적인 얘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처절한 복수를 위해 몸부림치는 승현의 모습이 영화의 중심축을 담당한다.

김상경은 “원래 시나리오에선 승현의 정체가 감춰져 있다 나중에 드러나는 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영화적 장치들이 바뀌니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는 것이다. 그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촬영해나가면서 제가 가진 어떤 틀이 있을 것 아니냐”며 “(막상 완성본을 보니) 그게 많이 변해있어서 다른 시선으로 영화를 조용히 다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제작사 쪽에 왜 그렇게 바꿨냐고 물어 봤거든요. 근데 그런 생각을 많이 했대요. 요즘 젊은 관객들 호흡이 짧아졌을 뿐더러 (김)성균이 정도의 배우가 나왔는데 ‘뭔가 있지 않겠느냐’ 금방 예상할 수 있으리라는. 그래서 아예 방법을 바꿔보고 싶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조급함에서 내린 결정인지 아닌지는 이제 관객 여러분께 넘겨야 할 몫인 것 같아요.”


거침없는 얘기들을 펼쳐가다 김상경은 “이제 이 영화 왜 선택했냐고 물어보실 거죠”라며 능숙하게 화제를 전환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폭소가 터졌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답변을 이어갔다. 김상경은 “전 배우로서 작품 안에서 많이 변하는 걸 좋아해요”라면서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살인의뢰’는 3년 전·후로 나뉘니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변화가 있거든요. 이걸 배우들은 연기술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좀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엔 어찌 보면 용감하다고 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잖아요? 다른 작품들은 이런 경우가 잘 없거든요. 영화가 개봉됐을 때 (결말에 대해) 말이 많을 소지가 있긴 하지만, 저는 그 두 가지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김상경이 형사 역할을 맡은 건 처음이 아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2003) ‘몽타주’(2012)에 이은 세 번째다. 자칫 비슷한 이미지의 연속으로 비쳐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두 작품에서 난 그저 열심히 일하는 형사일 뿐이었지 내가 피해자 가족은 아니었다”며 “(‘살인의뢰’의) 이 형사는 많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형사 역할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웃으며 얘기했다.

혹자에겐 김상경이 ‘굴곡 없는 배우’로 보일지 모르겠다. 1996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그는 첫 주연작 ‘생활의 발견’(2002)으로 춘사영화상 신인남우상을 거머쥐며 배우로서 화려한 출발을 했다. 이후 ‘살인의 추억’ ‘극장전’(2005) ‘화려한 휴가’(2007) 등 숱한 대표작들을 내놨다. 브라운관서의 활약도 대단했다. 43%가 넘는 시청률로 종영한 ‘가족끼리 왜 이래’에선 친근한 이미지의 ‘문상무’로 분해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런 그에게 20년에 가까운 연기생활 중 슬럼프는 없었을까. 잠시 허탈한 미소를 짓던 김상경은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을 인용해 답변을 시작했다. ‘누구도 내 삶에 나만큼 열광하지 않는다.’ 본인의 슬럼프는 자기 자신만 안다는 말이었다.

“되게 웃긴 게 뭐냐면요. 난 죽도록 힘든 경험이 많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볼 땐 되게 편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본인만큼 본인 생활에 집중할 순 없는 거니까요. 개인적으론 굉장히 힘들었던 시절들이 있었거든요. 가령 나한테 20~30대 때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난 안 돌아가고 싶어요. 왜냐하면 그땐 너무 치열했어요. 기성배우가 되기 위해 굉장히 피곤한 생각들을 많이 했고 머리가 복잡했죠.”

내적으로 힘들 때 그는 주로 자연을 찾는다고 했다. 등산을 하다보면 확실히 마음이 편안해진단다. 김상경은 “확실히 사람을 치유해주는 건 자연인 것 같다”며 “산에 가면 아주 복잡하고 커보였던 문제도 점점 작아지고 한발 떨어져서 보게 된다”고 귀띔했다.

“어떤 분은 그러는 거예요. 지금 드라마도 (시청률) 40% 되고, 되게 신났다고 생각하는 거죠. ‘네 리즈시절(전성기)은 지금이니?’ 그러기도 하고(웃음). 근데 경험이 이것저것 많이 쌓이니 좋은 점은 다 지나간다는 걸 아는 거예요. 이것도 금방 지나갈 거라는 걸 아는 거죠. 그래서 마음이 많이 여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조금 더 나답게 사는 것에 집중을 하게 되는 것 같고요.”


뭔가에 홀린 듯 얘기를 듣다보니 1시간 남짓 예정된 인터뷰가 끝나버렸다. 김상경은 “전 원래 유쾌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제 좌우명도 ‘오늘 하루를 가장 즐겁게 살자’다”라면서 웃었다. 그래서 아들에게도 매일 아침마다 ‘멋진 하루를 만들라’고 인사한다고 한다. 이런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배우로서 갖고 있는 바람과도 맞닿아있었다.

“배우로서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화면에 나오면 그냥 기분 좋은 사람 있잖아요.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겠죠. 회사에서 보면 그냥 기분 좋은 사람이 있을 테죠. 만나면 그냥 재밌고, 웃게 되고…. 전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목표예요.”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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