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사생팬이 괴롭히니 여권 정보 수집” 방탄소년단의 대응은 적절할까

[친절한 쿡기자] “사생팬이 괴롭히니 여권 정보 수집” 방탄소년단의 대응은 적절할까

기사승인 2015-03-18 18:11: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아이돌에게는 죽기보다 끔찍한 사생팬이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아이돌들에게 이들은 마치 스토커같은 존재죠. 끊임없이 쫓아오고, 사생활의 하나하나까지 전부 쫓아다니며 괴롭힙니다. 해외 공연이 있으면 거기에도 쫓아오는 것은 물론 같은 비행기를 예매하고 옆 좌석에 앉습니다. 이들이 머무는 호텔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거나 도청한 사례도 있을 정도죠. 범죄가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 범죄에 범죄로 맞대응하는 것은 적절할까요?

지난 17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 카페에는 공지 하나가 게재됐습니다. 지난 7일과 9일 대만 콘서트 일정을 위해 입·출국한 방탄소년단과 같은 항공을 이용하며 팬클럽 에티켓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팬들에게 보내는 경고였죠. 일명 사생팬들은 방탄소년단을 입·출국 내내 괴롭혔습니다. 매니저의 제지가 있었음에도 공항 내부에서 방탄소년단을 촬영했고, 기내에서 멤버들의 옆자리에 앉거나 이동 중 말을 거는 행동을 했죠.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약 30여명의 팬들이 이런 행동을 취해 방탄소년단을 불편하게 했다고 밝혔죠.

문제는 빅히트 측의 이후 대응이었습니다. 빅히트는 “당사자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1차 경고상태”라며 “한 번 더 적발시 신분증 및 여권 등을 촬영해 정보를 취합할 예정”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신분증과 여권 촬영을 통해 정보를 취합한 후 공식 팬클럽 명단에서도 박탈하고 사인회나 공개방송, 팬미팅 명단에서도 빼 모든 팬클럽 활동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이었죠. 당사자들이 블랙리스트에 등재되어있는지 확인을 요구해도 해 줄 수 없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에는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 처리방침 등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사항을 공개하여야 하며, 열람청구권 등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항목이 기재돼 있죠. 개인정보는 또한 개인의 동의를 얻은 상태에서 적법하게 수집돼야 하며,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적혀 있죠. 빅히트 측이 팬들의 정보를 쥐고 있더라도 팬클럽 자격 박탈 등은 위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더불어 당사자가 자신의 정보가 담겨있는지 확인을 요구한다면 즉시 확인을 해 줘야 합니다. 물론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수집된 후의 이야기죠.

심지어 빅히트 측은 이 같은 공지를 한국어를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 4개 국어로 내보냈습니다. 이는 한국 팬들 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의 개인정보까지 같은 방법으로 취급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사생팬은 아이돌 그룹에게는 분명 엄청난 골칫거리입니다. 이들은 아이돌 개인의 삶의 마지막 부분까지 파헤치며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르곤 하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빅히트의 대응은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기획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니저와 경호원들을 늘리는 선까지이며, 그 이후는 대한민국 사법기관에 넘기는 것이 맞는 처사로 보입니다. 주민등록번호 하나로 할 수 있는 일이 지나치게 많은 대한민국이니까요.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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