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암으로 아이 잃은 부모의 눈물겨운 1년

희귀암으로 아이 잃은 부모의 눈물겨운 1년

기사승인 2015-03-21 14:41:55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아이에게 말했어요. 천국에서의 시간은 이승보다 빨라 며칠만 놀고 있으면 엄마, 아빠가 갈 거라고요. 헤어졌다고 생각 안 해요. 아이와 우리는 곧 만날 거예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부모를 만났다. 그들의 아이(故 박지수 군)는 따뜻한 봄바람이 불던 작년 5월 천국으로 갔다. 유인육종이라는 희귀암을 앓은 지 2년 3개월 만에 아이는 부모 곁을 떠났다. 운명은 잔인하게도 엄마의 생일날 아이를 데려갔다.

아이가 떠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부모는 여전히 힘든 삶을 보내고 있다. 암 치료비 1억원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빚을 갚기 위해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산다. 아이의 엄마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부천의 한 요양원에서 몸이 불편한 노인을 보살피는 일을 한다. 아이의 아빠는 청주에서 목사 일을 하고 있다. 아이의 누나는 차상위 기초생활수급자가 돼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부모는 아이 잃은 슬픔을 삭이기도 전에 치료비를 갚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했다. 주변의 도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치료 받은 병원에서도 후원을 받았고 주변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의 병은 치료약이 턱없이 비싼 희귀암이었다.

“아직도 갚아나가야 할 금액이 크지만 지금 가장 힘든 건 미치도록 아이가 보고 싶은 거예요.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니었어요. 선교 활동 하느라 아이에게 간식 한 번 제대로 챙겨준 적이 없어요. 아이가 스스로 커주길 바랬죠. 어느 날 큰 애가 그러더라고요. 끼니 잘 챙겨먹지 못하고 불량식품만 사먹어 동생이 이렇게 됐다고요. 빚이라고 생각 안 해요. 자식 살리려고 진 빚은 빚이 아니죠.”

의료진은 늘 그들에게 마음의 준비할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아이는 강했다. 어른도 참기 힘든 통증을 진통제 없이 참아내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아이는 자신에게 닥친 죽음의 운명보다 자신 없이 이 세상에 남아 슬퍼할 부모를 걱정했다. 마술사가 꿈이었던 아이는 자신처럼 암과 맞서 싸우는 또래 친구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며 위로하는 어른스러운 아이였다고 한다.

“암이 척추에까지 퍼져 마지막에는 휠체어를 타야했어요. 그런 와중에도 병동 간호사 누나, 또래 친구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며 주변을 즐겁게 했어요. 그런 아이였어요. 우리에게는 과분한 아이죠. 늘 부모를 걱정했어요. ‘나는 괜찮은데, 엄마가 걱정이야’라고 말하는 아이였어요. 일하느라 힘들어도 돌아와 텅 빈 아이 방을 보면 아이가 미치도록 보고 싶어요. 사진만 봐서는 아이가 느껴지지 않잖아요. 너무 그리울 땐 무덤을 파서 만져보고 싶을 정도에요.”

이별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아이는 고통스러워했다. 극심한 고통에 한밤중 고성을 지르는 경우가 잦아졌다. 어른스러웠던 아이는 병의 고통이 심해질수록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무서워하더라고요. 신이 자신을 살릴 거라고 하면서도 너무 아프니까 무서워했어요. 그런 아이를 보는 우리의 마음은 찢어졌지만 부모가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니까 천국은 이보다 더 행복할 거라고 자주 말해줬어요. 고통 없이 하고 싶은 마술 마음껏 하다보면 어느 날 우리가 와있을 거라고요. 어느 날 아이가 내 휴대폰을 갖고 놀다 실수로 초기화돼 저장된 모든 사진과 동영상이 삭제됐어요. 엄마가 자신을 너무 그리워할까봐 삭제시켰는지도 모르죠. 다시 얼마큼 행복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살아야죠. 아이에게 못해준 만큼 주변 사람들을 도우며 살다보면 언젠가 다시 행복해지겠죠.”

아이는 부모에게 선물을 남겼다. ‘믿음의 노래’라는 곡이다. 부모의 지인이 아이가 스스로 흥얼거린 음정과 가사에 음표를 그려 넣어 실제 교회에서 찬송되도록 곡으로 재탄생시켰다. 믿음과 사랑은 강조한 이 곡은 부모를 다시금 살아가게 한다.


“투병하던 지난 2년여의 기간은 오롯이 아이를 위해 살 수 있었던 시간이에요. 신이 왜 내 자식을 데려갔을까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아이가 내 생일날 천국으로 떠나고, 남은 가족들에게 이 아름다운 곡을 남긴 걸 보면 우리들에게 메시지를 남긴 것 같아요. 누나랑 행복하게 살라고,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고요. 아마도 우리 아이는 지금 천국에서 고통없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겁니다.”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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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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