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및 암환자들에 따르면 메리츠화제 등 일부 보험사가 입원환자 퇴원시 조제받은 경구용 표적항암제 비용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경구용 표적항암제로 13개가 건강보험에 등재돼 있고, 8개는 식약처 허가만 받고 건강보험 등재가 되지 않아 비급여로 시판되고 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고액의 약값 때문에 경제적 능력이 되는 일부 암환자들만 한 달 약값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지불하고 신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저소득층 암환자들은 생명을 연장할 치료약은 있지만 약을 사먹을 돈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슬픈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암환자는 고액의 비급여 항암제라도 연간 한도액 이내인 경우에 한해 민간보험사에서 보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일부 민간보험사에서 입원환자 퇴원시 처방·조제받은 경구용 표적항암제의 보험금 지급을 아예 거절하거나,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보험금 일부만 받고 나머지 보험금을 포기하겠다는 합의서를 쓰지 않으면 채무부존재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며 회유해 합의하는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일부 환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3월경 말기 폐암환자를 대상으로 폐암치료제 ‘잴코리’가 경구용 표적항암제라는 이유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 2000여만 원의 반환청구 및 앞으로 지급해야할 보험금에 대한 채무부존재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메리츠화재 등 일부 민간보험사는 폐암치료제 잴코리와 같이 주사제가 아닌 입으로 먹는 경구용 표적항암제의 경우 병원에 입원해 처방도 받고 처방받은 병원에서 복용까지 한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병원에 입원해 처방은 받았으나 복용은 퇴원해 집에서 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안기종 대표는 “이 민사소송에서 메리츠화재가 승소하면 현재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복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2~3만 여명의 암환자들은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혜택이 배제되어 매년 수백억 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민간보험사의 주장처럼 암환자의 실손보험금 지급을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처방도 받고 처방받은 병원에서 복용까지 한 경우로 한정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한 달에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 하는 약값을 지불할 능력이 안 되는 저소득층 암환자들은 실손보험금 혜택을 받기 위해 퇴원하지 않고 계속 병실에 누워 있어야만 한다. 또한 불필요한 입원으로 암환자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가중될 것이고, 병원은 입원실 부족으로 위독한 다른 환자의 치료기회를 놓칠 것이고, 입원료 등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도 낭비될 우려가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측은 “입원했다가 퇴원할 때 약을 처방받는 우리나라 모든 환자들에게 적용되는 ‘입원환자 퇴원약 실손보험급 지급거절’ 문제에 대해 이제는 국회와 금융감독원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의원이 지난 4월 7일 금융감독원 업무보고 때 진웅섭 원장에게 입원환자 퇴원시 경구용 표적항암제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일부 민간보험사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진웅섭 원장은 “민사소송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태를 조사해 보고하겠다”고 답변했다.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