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정미 한솔교육연구원 원장
우리 아이는 순한 편일까? 아니면 까다로운 편일까?
아이가 울고 보챌 때 부모가 안아주거나 달래주면 금방 미소 짓고 투정을 그친다면 ‘순한 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쉽게 달래지지 않는다’, ‘짜증이 심하다’, ‘과격하다’고 표현하고 있다면 ‘까다로운 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른들이 각기 다른 성격을 가졌듯 아이들도 저마다 성격이 다르다. 그것을 우리는 보통 ‘기질’이라고 한다.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는 확실히 육아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 같은 경험을 하고 똑같은 방법을 써도 남다른 반응을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순한 아이들은 울고 보챌 때 안아서 달래주면 금세 그치는 반면, 까다로운 아이는 안고 흔들어주거나 다른 한두 가지를 더 해줘야 울음을 그친다. 심지어 다음에 같은 일이 있을 때 같은 방법을 써도 짜증을 내며 처방이 먹히질 않아 부모에게 당혹감을 준다. 매 순간이 처음인 것처럼 엄마에게는 고역인 순간들이고 스트레스다. ‘우리 아이는 왜 이럴까?’라고 생각하며 아이 탓을 하거나 자신의 육아 방법에 회의를 품게 되기도 한다.
반응육아는 까다로운 아이에 대해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며 이를 함께하면 보다 편한 육아를 할 수 있다.
먼저 아이의 발달수준을 살펴보자.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12개월 미만의 아기들은 아직 자신의 감정을 참거나 숨기는 능력이 미숙하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은 느끼는 감정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단순히 반응할 뿐이다. 아이는 감정대로 울고 짜증내고 심지어 물건을 던지기도 한다. 이것은 대개 3세를 정점으로 점차 줄어든다. 그 무렵이면 자신의 정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행동을 어른이 알고 있는 상식으로 판단해 ‘나쁜 행동’으로 단정 짓지 말자. 만일 엄마가 아이의 기질을 바꾸려는 의지로 ‘혼내주겠다’며 위협하거나 ‘손들고 서 있어!’하고 벌로 아이를 통제하려 한다면 일시적으로 해결한 듯싶지만 아마도 ‘왜 만날 그러니’하며 반복되는 경험을 가질 것이다. 억압적인 통제는 한계가 있다. 효과적인 것 같은 착각 속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이를 자세히 관찰해보자. 보통 까다롭다고 생각되는 아이들은 특정 자극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 아무 이유 없이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특정 자극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냥 뭉뚱그려서 ‘까다롭다’고 표현하기 전에 ‘무엇, 어떤 상황에 민감한가?’를 살펴보자. 아이를 민감하게 자극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행동목록을 아이의 민감한 특성으로 생각하자. 이 리스트가 완성되면 엄마는 아이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은 당연히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 길이 막힐 걸 알고 가는 건 괜찮지만 30분이 걸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리면 조바심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통 엄마들은 아이가 울고 짜증을 내면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걸 고쳐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아이가 울고 보채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예를 들면, 파프리카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굳이 엄마는 건강에 좋으니까 파프리카를 먹이려다 실패를 한다. 하지만 아이는 파프리카의 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먼저 ‘oo이는 파프리카 싫어하지’라고 접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세 번째로, 아이의 성향을 인정하자. 아이의 까다로움을 부모에게 맞춰 고치는 것은 그 아이의 개성, 특성을 무시하는 처사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어른들도 나름의 성격이 있고 이것은 다 다르다. 마찬가지로 아이 역시 나름의 기질이 있다. 아이의 성향을 부모가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까다로운 아이’로 또는 ‘아이로서 이해되는 아이’로 판단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매우 활동적이라 뛰어 노는 것을 좋아할 때 책을 보며 차분한 것을 좋아하는 부모라면 아이의 행동이 산만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아이가 다 그렇지’라며 이해하는 부모라면 아이의 행동은 연령에 적합한 활동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상대방, 특히 부모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잘 이해해 준다고 믿을 때 별로 어렵지 않게 감정의 평정을 되찾을 수 있다. 어른은 자신의 성격을 고칠 수 있는가? 노력으로 고칠 수는 있지만 기본 성향은 가지고 있다.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인정하자. 이는 한번에 수정하는 것이 아니다. 엄마가 아이의 성향을 인정하고 까다로움에 유연하게 반응해 준다면, 아이는 조금씩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기 시작한다. ‘give & take’인 셈이다. 상대방이 나를 받아주면 나도 상대를 받아주는 사회 교환 이론이 아이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이들은 감정 조절 능력을 배우며 본인이 짜증이 나고 화가 나도 엄마가 나를 봐줬기 때문에 나도 엄마를 봐줘야 한다는 배려심을 기르게 된다. 참아주고 이해하는 걸 보며 조금씩 배워나가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맞춰주기 시작할 때 상호작용은 시작된다. 엄마가 먼저 아이를 믿고 이해할 때 아이도 엄마가 나를 이해해준다는 신뢰가 생긴다. 그리고 서로를 조절해 간다.
아이의 까다로움에 대응하는 일은 조금 어렵고 힘들 수 있지만 아이를 독립체로 인정하고 아이 눈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아이도 엄마의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서로를 맞춰간다. 그것이 바로 적응에 능한 아이, 부모에게는 순한 아이로 커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