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K 닐 반스 박사 “한국 천식치료, 80년대 영국 모습 같아…흡입제 사용비율 높여야”

GSK 닐 반스 박사 “한국 천식치료, 80년대 영국 모습 같아…흡입제 사용비율 높여야”

기사승인 2015-05-18 02:00:56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GSK 글로벌 호흡기계 사업부 메디컬 책임자, 닐 반스 박사(Neil Christopher Barnes, 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영국 폐 재단 연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누구보다 천식질환자들의 고통을 잘 이해하는 의사다.

닐 박사가 한 평생 연구한 ‘천식’이란 질환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통로인 기관지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고, 그로인해 기침이나 호흡곤란, 쌕쌕거리는 천명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국내의 천식으로 인한 고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천식으로 인해 입원하는 환자수는 천식질환자 10만명 당 103명 꼴로, OECD 평균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천식 유병률의 가파른 오름세는 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과 고령인구 증가가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최근 소아의 천식 유병률도 ‘위험’ 수준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어 천식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학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닐 반스 박사를 지난 8일, 그가 묵고 있는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닐 반스 박사는 한국의 천식 진단과 치료에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약물치료로 큰 호전을 보이는 질환의 특성을 감안할 때 국내 약물요법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닐 박사는 “천식을 치료하는 약제 형태는 크게 알약을 복용하는 경구제와 천식질환자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디바이스(장치) 흡입제로 나뉜다. 천식 치료방법에 대한 전세계적인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천식치료제로서 흡입제가 가장 최상의 치료방법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의 흡입제이 사용 비율은 전체 환자의 20% 수준으로 미미한 정도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경구치료제만으로 충분한 천식개선효과를 낼 수 있는 국가나 보건의료시스템 결과는 아직 보고된바 없다”고 말했다.

흡입제 사용을 강조한 배경에는 질환의 특성에 있다. 천식은 기도에 염증반응이 일어나는 병이다. 이 때문에 천식 발작을 예방하는 치료법으로 약제가 염증반응이 일어난 기도에 직접적으로 닿는 흡입제가 최상이란 결론이다. 닐 박사는 “현재 나와 있는 여러 가지 치료제들 중 기도의 상태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것은 흡입제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국가적으로 봤을 때, 흡입제 사용비율이 높은 나라에서 천식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은 편이다. 일례로 핀란드나 캐나다 같은 경우 흡입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사용한 결과 천식으로 인한 사망을 90%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흡입제의 장점이 우수한데도 국내에서의 사용이 저조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닐 박사는 지금 한국의 모습을 영국의 1980년대 모습에 비유했다. 그는 “대학병원처럼 종합병원급 의료진들도 흡입제가 경구제보다 치료효과 면에서 더 우수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1차 진료기관에 있는 의사들은 아직까지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흡입제의 유일한 단점은 환자에게 복약지도를 하는 데 어느 정도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교육된 의료진이나 기반들이 1차 의료기관에 드물다보니 처방률이 떨어진다. 그러나 초반에 적은 시간을 투자함으로써 환자들이 장기적인 치료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식은 그 증상을 조절해나가지 않으면 폐기능이 떨어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져, 이른 나이에 중증의 호흡곤란 등을 겪을 수 있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환자의 적극적인 약물요법 이행이 중요한 질환이다. 닐 박사는 천식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사에서는 환자의 약물순응도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적인 개발 동향은 환자가 약물을 좀 더 쉽게 투여할 수 있도록 투여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판되고 있는 흡입제는 대부분 1일 2회 투여하는 것으로 아침, 저녁 빠뜨리지 않고 투여해야했다. 그러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GSK의 렐바 엘립타는 하루에 한 번 투여하는 흡입제로서, 천식질환자의 투여순응도를 높일 뿐 아니라 삶의 질 상승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삶이 바쁜 젊은 천식환자들이 아침 투약은 실천하다가도 저녁 투약을 잊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에 한 번만 투약해도 되는 렐바 엘립타와 같은 치료제는 투약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투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유연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지 천식은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환자는 확진을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겪게 되는 부담이 적지 않다. 또 시판되는 치료제가 다양한 만큼 자신에게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찾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닐 박사는 “천식 연구자들이 관심있어 하는 것은 ‘개인 맞춤화 치료(Personalized Medicine)’ 분야다. 환자별 어떤 치료제가 가장 적합한지 알아내는 진단법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 특히 천식과 함께 거론되는 만성폐쇄성 폐 질환(COPD)의 경우 똑같은 질환이라도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과 양상이 다르다. 환자에게서 나타는 증상과 양상에 따라 최적의 치료효과를 보일 수 있는 치료제를 찾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닐 박사는 흡입제 사용을 재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태평양지역, 중동지역이 경구치료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그러나 천식으로 인한 피해, 사망률도 높은 지역에 해당한다. 장기적인 효과를 위해 경구제 사용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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