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이슈 리마인드] ‘박근혜 번역기’ 차단한 청와대… 이런 ‘불통’ 또 없습니다

[김민석의 이슈 리마인드] ‘박근혜 번역기’ 차단한 청와대… 이런 ‘불통’ 또 없습니다

기사승인 2015-06-27 09:31: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발언들을 풀이해주던 ‘박근혜 번역기’가 청와대 공식 트위터로부터 차단을 당해 불통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청와대 트위터 관리자가 특정 계정을 고의로 막은 겁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실시간 소통으로 국민과 공감의 폭을 더 크게 넓히겠다”는 SNS 운영취지가 무색해집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대로 ‘아몰랑~ 기분 나빠서 소통 안 할거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의문점이 있습니다. 청와대 트위터 관리자는 굳이 이슈가 되고 있는 특정 계정을 차단해 또다시 기사가 쏟아져 나오게 만든 걸까요? 그냥 두었으면 논란이 크게 번지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논란은 박근혜 번역기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계정이 “청와대 트위터 관리자님. 차단 풀어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습니다. 페이스북 운영자 김지명(30)씨는 트위터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를 함께 올렸습니다. ‘해당 계정 사용자의 요청으로 팔로우가 차단됐다'라는 알림창이 떠있었죠. 트위터는 누군가에게 차단 되면 해당 이용자는 상대방의 게시 글을 볼 수 없고, 메시지도 보낼 수 없게 됩니다.

박 대통령의 공식 석상 발언을 완전한 문장으로 재해석해 보여주는 박근혜 번역기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먼저 등장했습니다. 김씨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 한 지인이 대통령의 ‘알쏭달쏭’한 발언을 게재하면서 ‘누가 번역 좀 해달라’고 했던 게 계기가 됐습니다. 김씨가 재미 삼아 박 대통령의 발언을 다시 풀어쓴 댓글을 달았는데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난 겁니다. 페이스북 계정은 개설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무려 4만2000여개의 ‘좋아요’를 받았네요.

김씨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다는 첫 번역”이라고 자평한 박 대통령의 청와대 국무회의 발언은 이러합니다.

“우리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할 것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 발언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주어와 술어가 뒤엉킨 비문이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위 문장을 다음과 같이 번역(?)했습니다.

“우리가 세운 올해의 핵심 목표에 달성하는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우리가 모두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켜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셔야 합니다.”

어쩌면 박 대통령이 전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축약해 말하다보니 의미가 잘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박근혜 번역기가 크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 담겨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죠. 김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조롱과 비아냥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지만, 해당 페이스북과 트위터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안 알랴줌’ ‘아몰랑’ ‘유체이탈 화법’ ‘샤머니즘 대통령’ 등의 표현으로 가득했습니다. 페이스북 대표 사진은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건 슬로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비꼰 ‘내 말을 알아듣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물론 관점에 따라 권력에 대한 풍자로만 볼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무능한 정부와 박 대통령에 대한 조롱은 보편·타당한 시대정신이 돼버렸기도 하죠. 무엇보다 애초에 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잘해왔다면 박근혜 번역기가 등장하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이번에도 트위터 계정 차단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를 두면서 불통 사례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됐네요.

처음의 의문으로 돌아가 청와대 트위터 관리자는 굳이 왜 차단했다가 박근혜 번역기를 더 홍보해주는 결과를 초래한 걸까요? 무턱대고 조롱하는 것으로 여기고 무시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아니면 박 대통령이 청와대 트위터를 살피다가 자신의 말을 번역해주는 소프트웨어의 존재를 알게 될까 우려해서였을까요? 후자보다는 전자였으면 합니다. ideaed@kmib.co.kr

[쿠키영상] "어머나!" 자전거 타고 달리다 치마가 '훌러덩' 벗겨진 여자

[쿠키영상] "자업자득이야!"…상대방에게 욕설을 내뱉은 남자의 최후

[쿠키영상] "저걸 잡다니!"…반사신경 돋보이는 놀라운 수비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