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PD가 지른 불에 성시경이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SNS가 ‘여성 혐오’ 논쟁으로 들끓고 있다. 페미니즘 열풍과 데이트 폭력 논란에 이어 또다시 남녀 성대결 구도다.
4일 방송된 MBC ‘PD수첩’이 불을 질렀다. ‘그 남자, 왜 그녀에게 등을 돌렸나’를 주제로 우리나라 사회의 남녀평등을 다루겠다는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소위 ‘김치녀’의 탄생 배경과 김치녀를 혐오하는 사회 분위기를 파헤치다 여성 넷심을 건드렸다.
실제 이날 방송은 남녀의 솔직한 심리를 여과없이 보여주겠다는 기획의도를 감안하고도 다소 작위적인 연출이 많았다. 남성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 받고도 오히려 값이 싸서 창피하다고 소리를 지르는 여성을 몰래 촬영한 영상이 대표적이다. 트위터에선 ‘이게 일반적인 사례?’ ‘극단적인 예로 뭘 설명하겠다는 것인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어그로 수첩’ 등 비판이 잇따랐다.
제작진이 연출한 길거리 프로포즈 장면을 바라보는 남녀 시각 차이를 다룬 것도 빈축을 샀다. 성대결 구도만 부추겼다는 것이다. “김치녀는 김치녀대로 격리시키는 것” “분명히 문제가 되는데 그것들이 하필 여성” 등 ‘김치녀’ 관련 웹페이지를 운영하는 남성들의 인터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온라인에서 해묵은 이슈인 더치페이 문제도 재점화됐다.
곧바로 ‘PD수첩’ 시청자 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평소 10~30건 안팎의 게시물이 올라오던 이 곳은 방송 직후 300여건의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이날 방송 내용을 비판하는 의견이었고 남녀간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비교하는 반응도 나왔다.
‘여성 혐오’ 논쟁으로 날선 5일 SNS 분위기에 가수 성시경도 유탄을 맞았다. 외모 비하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성시경은 3일 방송된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닭볶음탕’ 편에 출연해 재료를 손질하는 소녀시대 멤버 수영에게 “근데 그렇게 마르면 사는게 어때요?”라며 “손목을 보니 똑 부러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성시경의 질문에 수영은 민망한 듯 웃다가 “저는 얼굴만 찌는 스타일이다. 그게 너무 속상하다”고 대답했다.
성시경의 다음 행동이 문제가 됐다. 성시경은 이어 턱으로 한 여성 스태프를 가리키며 “저기 (스태프가) 되게 기분 나빠하네요. 여자 분 나오면 되게 싫어하는 분이에요. 얼굴만 찐다고 하니까 갑자기 울그락 불그락”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여성 스태프는 이내 빨개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웃었고 수영이 “죄송하다”고 사과하자 두 팔로 하트를 그리며 미소로 화답했다.
하지만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명백한 여성 비하’ ‘마초 성시경’ ‘PD수첩이 성시경을 인터뷰 했어야’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4일 인터넷이 임시공휴일에 열광했다면 5일은 ‘PD수첩’과 성시경이 십자포화를 맞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