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네팔 어린이, 부산에서 눈을 뜨다

히말라야 네팔 어린이, 부산에서 눈을 뜨다

기사승인 2015-11-04 01:01:55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히말라야 산속의 네팔 어린이가 부산 의사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눈을 얻게 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주인공은 디펜드라 라사일리(Dependra Rasaili)라는 이름의 어린이다.

국내 의료진이 의안 삽입술을 통해 네팔에서 온 어린에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희망을 주었다. 정근안과병원 정근 원장과 온종합병원 성형외과 김영환 과장 팀은 11월 3일 오후 2시부터 3시간에 걸쳐 디펜드라의 의안 삽입술을 위한 안성형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앞으로 디펜드라는 온종합병원과 정근안과병원에서 후속진료를 받고, 한 달쯤 뒤 은 의안삽입을 하게 된다.

디펜드라의 수술을 앞두고 정근 원장 등 집도의들이 매우 긴장했다. 생각보다 아이의 상태가 나빴다. 문제의 오른쪽 눈동자가 매우 심하게 위축돼 있었던 것. 정상의 반 크기로 줄어들어 있었다. 이대로 두면 나중에 아이가 커서 눈은 물론 얼굴조차 불균형으로 변하게 될 판이다. 오른쪽은 아예 눈의 형태가 없었다. 눈의 흰자위가 그대로 드러내 있었다. 흉측한 외관으로 인한 아이 정서장애가 크게 걱정됐다. 수숫대에 의한 상처는 의외로 깊었다. 눈꺼풀과 눈동자가 유착돼 눈을 제대로 뜰 수도 감을 수도 없게 됐다. 먼저 온종합병원 성형외과 김영환 과장이 눈을 감고 뜨는 데 장애를 주는 안검 유착부위를 제거했다. 이어 귀 뒤쪽 피부를 이식해 눈꺼풀의 형태와 기능을 되살렸다.

성형외과에 이어 안과전문의가 투입됐다. 정근안과병원 정근 원장이 눈동자의 유착을 모두 제거했다. 이어 쭈그러진 눈의 형태를 최대한 살려 눈동자 모양의 보형물을 성공적으로 삽입했다. 앞으로 한 달 뒤 디펜드라의 의안이 제작되는 대로 보형물을 제거하고 의안을 삽입하는 것으로 그의 수술이 마무리 된다. 이번에 삽입되는 의안은 시력기능만 없을 뿐, 눈동자를 굴릴 수 있는 등 정장적인 눈동자와 전혀 차이가 없이 정교하다.

디펜드라는 지난 8월 그린닥터스의 네팔 봉사 때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아이의 오른쪽 눈은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시력은커녕 외관상 너무 흉측했다. 아이가 열 살 때 수숫대를 가지고 놀다가 그만 눈을 찔리고 말았다. 디펜드라가 사는 곳은 오지 중의 오지. 히말라야 부근의 신두팔초크시 멜람지읍에서도 그의 고향까지는 트럭으로 두 시간, 걸어서 열 시간 걸린다.

의료시설은 전무했다. 응급조치는 언감생심. 그의 부모도 가난했다. 신분제라 할 수 있는 카스트 제도가 잔존하는 네팔에서 그의 부모는 최하층민인 수드라에 속했다. 아버지는 대장장이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왔다. 날이 갈수록 일그러져가는 아이의 눈을 마냥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두면 아이가 커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늘의 보살핌인지 아이는 현지 선교사의 도움으로 당시 그린닥터스를 이끌고 봉사활동을 벌이던 정근안과병원 병원장 정근 박사에게 소개됐다. 당장 수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진 피해자들을 진료하기 위해 단출하게 꾸려진 그린닥터스 봉사단으로서는 현지에서 아이를 더 이상 돌볼 수 없었다. 상의 끝에 귀국하는 대로 아이를 부산으로 초청해 수술해주기로 했다.

추위가 느껴질 정도의 지난 10월 31일 오전 9시 30분, 마흔여섯 살 어머니와 함께 김해공항에 도착한 디펜드라는 얇은 옷에 낡은 슬리퍼 차림이었다. 그린닥터스 이대경 사무총장과 부산 평화교회 임영문 담임목사는 그들 모자에게 신발과 옷부터 챙겼다. 모자는 예정대로 진료가 마무리 되면 오는 12월말 크리스마스에 맞춰 네팔로 되돌아간다.

두 달간 평화교회에서 제공한 숙소에서 머물면서 온종합병원과 정근안과병원에서 치료에 전념하게 된다. 디펜드라의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그린닥터스는 이들 모자를 해운대해수욕장 등 부산 시내 관광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네팔엔 바다가 없다. 그린닥터스와 디펜드라의 사연이 알려지자 그들 모자를 돕겠다는 온정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진구 새마을부녀회 회장 출신 몇몇은 이들 모자를 집으로 초청해 따뜻한 밥 한 끼와 옷을 선물하고 싶다고 전해왔다.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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