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2월에 도착한 비틀즈의 ‘크리스마스 선물’

[친절한 쿡기자] 2월에 도착한 비틀즈의 ‘크리스마스 선물’

기사승인 2016-02-22 16:42: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밴드 비틀스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비틀스 음원의 스트리밍,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는 29일부터 국내 음원서비스 업체 10곳에서 제공될 예정이라는 소식입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비틀스의 노래를 들으려면 직접 LP나 테이프, 혹은 CD를 구매하거나 아이튠즈 등의 사이트에서 곡을 다운로드 받아야 했습니다. 국내 음원사이트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1분 미리 듣기만 가능할 뿐이었습니다. 왜 비틀스의 음악은 유독 온라인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걸까요.

비틀스 멤버들과 유가족들은 일관되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 배분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이유가 큽니다. 비틀스 멤버 링고 스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음악이 1700만 번 스트리밍 되면 12달러를 준다”며 “이 상황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만 부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비틀스의 음원은 저작권이 비쌀 뿐 아니라 사용 허락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영화 ‘아이 엠 샘’의 경우 주인공이 비틀스의 광적인 팬이라는 설정이라 비틀스의 노래가 시종일관 배경에 흐르지만, 모두 다른 가수들의 커버곡이나 리메이크 곡이었습니다. 영화 ‘존 레논 비긴즈-노웨어 보이’, ‘러브 액츄얼리’ 등 우리에게 알려진 영화들에서 등장하는 비틀스의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명곡들을 모은 편집 음반에서도 비틀스의 노래는 찾기 어렵습니다.

현재 비틀스 음원에 대한 모든 권리는 애플레코드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애플레코드의 비틀스 음원 저작권 관리는 지난 1968년 설립된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깐깐한 태도를 일관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현재 애플레코드의 대주주는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의 미망인 오노 요코가 맡고 있습니다.

긴 세월 완고한 정책을 지켜온 애플레코드도 시대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었던 걸까요. 애플레코드는 2010년 애플 아이튠즈를 통해 비틀스 음원의 다운로드 서비스의 개시를 허락했습니다. 이전까지 LP와 테이프, CD 등 물리적 매체로만 음원을 배포했던 것에서 벗어나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컴퓨터나 모바일로 옮겨간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이죠. 덕분에 당시 애플은 비틀스 음원을 공개한 첫 주 앨범 45만 장과 곡 200만 개를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어 2015년 12월 24일 0시에는 비틀스의 13개 앨범에 수록된 224곡에 대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개시됐습니다. 애플레코드와 음원서비스 업체가 1년간 협상한 끝에 나온 결정이었습니다. 비틀스는 이를 두고 팬들에게 전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표현했죠.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생존한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와 작고한 멤버들(존 레넌, 조지 해리슨)의 가족들도 비틀스가 오래 기억되기 위해서는 스트리밍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한국 팬들은 제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 음원서비스 업체와 협상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결국 오는 29일부터 한국을 비롯해 타이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비틀스 음원의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비틀스가 해체된 후 발표한 앨범 ‘렛 잇 비(Let It Be)’를 비롯한 정규앨범 13장, 차트 1위곡을 모은 편집 앨범 ‘1’을 비롯한 편집앨범 4장을 합쳐 총 17개 앨범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멜론, 네이버 뮤직, 지니, 벅스, 엠넷, 소리바다, 밀크뮤직, 카카오뮤직, 비트와 그루버스 등 10개 업체를 통해 서비스됩니다.

29일이 되면 비틀스 음악을 더 편하게 듣고 싶었던 한국 팬들의 염원이 풀릴 예정입니다. 어쩌면 2010년 해외에서도 그랬듯 한국에서도 비틀즈 노래가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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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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