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최소한 돈 없어 병의원 못 찾는 건 없어야죠”

[쿠키人터뷰] “최소한 돈 없어 병의원 못 찾는 건 없어야죠”

기사승인 2016-03-29 07:38:55

‘의료비 바우처 전국 첫 시행’심욱섭 고양시의사회 회장
“의료의 목적은 형평성과 공평성에 있어”… 치매 조기진단 바우처도 시행 예정

[쿠키뉴스=박주호 기자] “공공의료의 목적은 형평성과 공평성에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돈이 없어서 병원을 찾지 못하는 분들이 아직도 전국적으로 40만명이나 존재한다고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하는데….”

심욱섭 고양시의사회 회장(사진)은 몇 해 전 이들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의 얘기를 듣고 동료 의사들과 함께 ‘의료비 바우처(voucher, 저소득층 의료비 보조)’사업을 계획하게 됐다고 한다. 비록 풍족한 의료 혜택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돈이 없어서 의료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전국 117만명 중 37%인 약 40만명이 1년에 한 번도 병의원 진료를 받지 못한다고 한다.

◇“최소한 돈이 없어 치료 못 받는 건 없어져야”=“처음 주위에 이 얘기를 꺼냈더니 대뜸 보건소 얘기를 하더라고요. 보건소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느냐는 거예요. 맞습니다. 하지만 보건소 근처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모를까, 상당수 분들이 보건소를 가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해요. 왔다갔다 불편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왕복 마을버스 요금만 2200원입니다. 동네의원 재진 진찰료 1500원보다 더 많이 드는 거죠. 보건소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얘깁니다.”

고양시의사회가 전국 처음으로 고안하고 시행 중인, 이 의료비 바우처 사업은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월 1회씩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진료권(1회 1500원 상당)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 중 대부분이 노인분들입니다. 노인의 90% 이상이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보통 월 4.4회 병의원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분들이 계속해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다보면 질병이 악화되고 결국 합병증 등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고 결국 가정 붕괴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거죠. OECD 국가 중 의료비 부담으로 가정 붕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 1위가 우리나라에요. 나중엔 국가적으로도 큰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달 1억5000만원이면 고양시 의료 사각지대 사라져”=심 회장은 저소득층 의료비 바우처 사업에 소요될 비용도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이미 계산도 끝냈다. 월 1회, 연간 12회 소요되는 비용은 1인당 1만8000원(1500원合개월) 정도. 고양시에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구 약 8000명(추정치)에게 모두 혜택을 제공하더라도 월 1억4400만원이면 충분하다. 전국적으로 40만명에 모두 제공할 경우에도 월 72억원이면 충분하다는 게 심 회장의 설명.

“하루 40~50명 정도 진료하는 동네 보건지소 한 곳 운영비가 인건비를 제외하고 1년에 약 1억3000만~5000만원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동네 보건지소 1년 운영비면 고양시에서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 모두를 구제할 수 있는 거죠.”

이에 심 회장은 고양시와 고양시의회, 보건복지부, 지역 국회의원 등 관련 기관을 찾아 의료비 바우처 사업의 당위성을 일일이 설명하며 발품을 팔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했고 결국 지난해 뜻 맞는 고양시의사회 회원들과 함께 고양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우선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의사회 식구들끼리 십시일반 모금한 돈으로 30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반응은 예상한 대로였어요. 그동안 병의원 문턱이 하늘처럼 높았던 분들이 비록 월 1회지만 병의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응원하는 분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심 회장은 올해, 지난해보다 늘어난 3000만원을 모금, 의료비 바우처 사업 대상을 약 200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심 회장은 “매월 2000명에게 의료비 바우처를 제공하는 것은, 주 5일 근무에 한달 20여일 동안 매일 100명씩 진료하는 보건지소 1곳을 운영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설명했다.

◇“치매도 고혈압·당뇨병처럼 동네의원서 관리 받아야”=이와 함께 심 회장은 올해 또 하나의 중요한 사업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고양창안센터, 고양어르신건강정책모임, 고양신문사 등과 힘을 합쳐 노인 500명을 대상으로 무료 치매 조기검진 바우처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치매 조기검진 사업은 이미 국가적으로도 시행되고 있긴 해요. 고양시의 경우 보건소 3곳에 각 5000만원씩, 의심환자 1인당 16만원을 지원해 종합병원에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건소 1곳당 1년에 불과 300여명 정도만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연간 1000명이 되지 않는 셈이죠. 고양시에는 이미 1만명 이상의 치매 환자가 있고 매일 2명씩 매년 700명 이상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데 말이죠.”

이를 위해 심 회장은 고양시의사회 소속 의사 150명을 대상으로 치매 진료 특별교육도 마쳤다.

“치매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정도로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치매도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건 조기 진단과 치료입니다. 치매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동네의원에서 관리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동네의원에서의 치매 검진 비용은 1만1000원(본인부담금). 심 회장은 1억원이면 1만명에 가까운 환자들의 검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양시에만 10만명의 노인이 거주하시는데요. 이 중 소득으로 절반, 즉 5만명을 지원한다고 가정할 경우 2억원이면 2년에 한번씩 치매 검사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전체 의료비,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한다면 절대 큰돈이 아니죠.”

심 회장은 마지막으로 의료정책을 결정할 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나는 의사로 생활하다보니 의료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몸소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 의사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으면 좋겠어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의료서비스도 다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적은 비용으로 질 좋고 효과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의료비 바우처 사업도 마찬가지죠.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잘돼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이를 좀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정책과 방법을 찾는 게 우선 아닐까요?”epi02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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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02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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