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vs 멀티플라이어

꼰대 vs 멀티플라이어

기사승인 2016-07-29 06:00:00
[쿠키칼럼] 얼마 전 인터넷에서 요즘 20대, 소위 ‘88만원세대’에게 전하는 선배세대의 충고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현재 60대 이상의 ‘국제시장’ 세대들, 비록 군부독재라는 억압적인 정치 분위기 속에서 경제 재건이 시급했고 당장의 보릿고개를 굶주리지 않고 지내야 하는 절대과제를 지니고 살았던 세대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 기반을 기적적으로 일으킨 소중한 선배들이다.

이들이 실업을 걱정하는 현재의 20대인 아들과 딸들에게 전하는 말은 “지금 중소기업과 3D업종에서는 사람이 없어 난리인데 너희는 왜 편한 직장만 바라보고 있니?”, “왜 우리처럼 닥치는 대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갖지 못하니?”로 요약할 수 있다. 

또 현재 40~50대인 ‘민주화’세대들, 군부독재에 과감히 맞서 싸웠고 결국 승리를 맞본 저항의 세대, 부조리와 불합리에 앞장서 투쟁하고 문민정부의 기틀을 마련했던 세대다. 이들은 20대들에게 “너희는 지금 부조리와 불합리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만하고 있어.”, “부당함을 어필해서 사회를 변화시켜봐?”, “너희는 왜 우리처럼 부당함에 맞서 싸우지 않니?”라고 한다. 

다음은 소위 ‘298’세대들, 민주화를 지나 문민정부시대에서 IMF시대까지 20대를 보냈던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었던 자유로운 영혼의 세대다. 이들은 현재의 20대들에게 “우리는 자유로운 영혼이 돼 인생을 설계했어. 너희는 왜 자유롭지 못하고 눈치만 보니?”라고 힐난한다.   



이처럼 선배들의 충고와 질책은 각 시대적 상황으로 유추해보면 일면 이해가 가고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인 불가피성이 내재돼 있다. 하지만 이들 선배들이 20대에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것이 있다. 그것은 ‘희망’이다. 피땀 흘린 노력으로 경제를 재건해 잘살아보겠다는 희망, ‘그날이오면’을 부르며 독재와 기득권에 맞서 싸워 스스로 쟁취하리라는 희망, 이제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선진국을 향해가자는 밝은 미래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88만원세대들은 과연 이들 선배세대들이 가졌던 희망이 있을까? 아니 선배들은 이들에게 희망을 만들어줬을까? 

지금 대한민국은 어느 세대도 경험하지 못한 저성장이라는 늪에 직면해 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아닌 ‘오늘보다 더 나쁘지 않은 내일’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가혹한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는 말이다. 키에르케고르(S. Kierkegaard)가 말했던 죽음에 이르는 병이 무엇이었던가? 바로 절망이 아니던가. 

책방에 쌓여있는 자기계발서들과 힐링서들, 그리고 온갖 강연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을 주고자하는 모든 노력들이 결코 헛되거나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선배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 후배세대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속칭 ‘꼰대질’이라고 한다. 리즈 와이즈먼(Liz Wiseman)은 그의 저서 멀티플라이어 이펙트(the Multiplier Effect)에서 꼰대질을 ‘디미니셔(Diminisher)’들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태로 표현했다. 디미니셔는 그가 말한 두 가지 리더십 중 하나의 형태로 자기가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반드시 보여줘야 하는 리더상이다. 즉 자신의 지성에 매료돼 다른 사람의 지성은 억누르고 조직에 필요한 역량을 고갈시키는 리더를 의미한다.
 
이와는 반대로 주위의 사람들을 더 나은 사람으로 더 똑똑한 사람으로 만드는 리더가 있다. 직원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영감을 불어넣어 최대한의 역량을 끌어내도록 해 기대 이상의 결과를 성취하도록 도와주는 리더다. 그는 이러한 리더를 ‘멀티플라이어(Multiplier)’라 불렀다. 멀티플라이어는 다른 사람의 모든 잠재력을 일깨우고 조직전체의 문제해결 능력을 높인다. 또 각 사람의 고유한 지적능력을 불러일으켜 혁신이나 집단지성을 생성하고 전체의 생산성을 증대시킨다. 즉 사람들의 다양성을 잘 이해하고 이것을 최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다. 

불행히도 우리의 주변에는 멀티플라이어보다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디미니셔에 속한 리더스타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박주호 기자
epi0212@kukinews.com
박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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