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장기화하는 경제 침체로 인해 올해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450만 명에 달하는 다중채무자 중 절반 가까이가 청년·노인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금융 취약층의 연체율 역시 급등하고 있어 부실 가능성이 큰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다중채무자 수는 450만5000명으로 이들의 대출 잔액은 558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다중채무자(421만1000명)는 29만4000명이 늘고 대출 잔액(510조8000억원)도 47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다중채무자 수가 450만5000명에 이른 것은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전체 가계대출자(1983만명)에서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22.7%) 역시 사상 최대치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다중채무자의 경우 5년 전 대비 20만7000명이 늘었다. 대출 잔액도 20조3000억원 증가했다. 30대 이하도 7만3000명이 늘었고, 대출 잔액도 15조4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40대 다중채무자는 5년 전에 비해 4만5000명 줄었으나 대출 금액은 12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50대 다중채무자는 5만9000명 증가했으나, 대출 잔액은 5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는 청년층과 노인층에서 ‘빚을 빚으로 돌려막기’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심화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전체 대출 잔액 중 30대와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육박한다. 30대의 대출 잔액은 지난 2019년 1분기 대비 0.7% 증가해 24.9%를 차지했고, 60대 이상은 2019년 1분기 대비 2.6% 증가해 14.3%를 차지했다.
설상가상으로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 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 차주의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취약 차주의 연체액은 8조9000억원으로 연체율이 10%에 달했다. 올해 1분기 전체 연체액이 15조6000억원(연체율 0.8%)인데 연체액의 절반 이상을 취약 차주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7조6000억원, 8.2%)에 비해 1조3000억원이나 증가한 규모이기도 하다. 취약 차주의 경우 연령별로 40대를 제외하고 전체 연령대에서 연체율과 연체액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 차주의 연체율 상승은 이들의 상환 능력이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대출 차주와 대출 금액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들에 대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의 금융 지원이 중단되면서 일시 안정됐던 금융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다시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기상 의원은 “코로나로 인해 경제 위기와 세수 감소로 인해 정부의 재정 역할이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청년층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가계 부채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득이 늘지 않는 상태에서 빚만 늘어나는 것이 가계 부채의 근본적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가 안정 등의 노력과 동시에 저소득층과 저신용자들에게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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