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유치 내세워 분양 끝낸 건설사…이제와 '나몰라' 배짱

서울대 유치 내세워 분양 끝낸 건설사…이제와 '나몰라' 배짱

기사승인 2016-08-12 09:01:57

배곧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들이 서울대 시흥캠퍼스 유치 확정을 주요 강점으로 내세워 분양에 성공했지만, 정작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 유호건설, 한라건설 등은 배곧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당시 서울대 시흥캠퍼스 유치가 확정됐다고 소비자들에게 광고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서울대 특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적극 홍보했다.

◇호반건설, 한라, 유호건설 등 너도나도 서울대 유치 확정 내세워

호반건설은 지난 7월 시흥배곧신도시에서 '호반 써밋플레이스'를 분양 할 당시 서울대캠퍼스 '계획안'이 통과돼 조성사업이 본격 궤도에 올랐고 밝혔다.

당시 호반건설 분양 관계자는 "시흥 배곧 호반 써밋플레이스 단지 맞은편에 조성 예정인 서울대 시흥캠
퍼스는 지난 5월 30일 서울대학교 이사회에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계획안 의결이 확정되면서 7년 만에 서울대 시흥캠퍼스 유치 결실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호반 써밋플레이스 견본주택을 방문한 한 주민은 "그동안 서울대 캠퍼스 조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안했지만, 사업이 가닥을 잡은 만큼 이번에 꼭 청약을 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입주에 들어간 호반건설의 '호반베르디움 1·2차' 입주자들 역시 건설사가 홍보한 서울대 시흥캠퍼스 유치라는 호재를 미래가치를 보고 배곧신도시에 둥지를 틀었다.

한라건설은 지난해 10월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 3차 분양 광고를 내면서 "서울대 시흥 캠퍼스가 2018년 문을 연다" 며 "서울대 캠퍼스가 들어서면 교육특화단지로서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이 생긴다"고 홍보했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분양 당시 배곧신도시 내 단지들이 서울대 시흥캠퍼스 유치를 강점으로 내세운 것은 사실"이라며 "서울대와 시흥시가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하고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호건설 역시 앞으로 들어설 시설까지 자세하게 언급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지난 5월 '배곧 유호N-CITY 배움터 2차' 오피스텔을 분양하면서 "서울대 시흥국제캠퍼스에는 300병상 규모의 서울대병원, 월 평균 1600여명의 교육생을 가르치는 교육 연수 시설, 1000명 규모의 산학협력 연구시설이 들어선다"고 말했다.

◇서울대 이전 10년째 답보 상태…실시협약 조차 체결 안 돼

하지만 분양 당시 건설사들의 홍보와 달리 서울대 시흥캠퍼스 이전 사업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추진 과정에서 여러 차례 붉어진 갈등과 재검토 논의로 사업은 안갯 속에 빠져 있다.

당초 올 6월까지 경기 시흥시와 서울대가 시흥캠퍼스 유치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실시협약을 체결하기로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결국 건설사들은 실시협약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치가 확정됐다고 홍보 한 셈이다.

실시협약은 서울대와 시흥시, 한라가 100%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3자가 모두 서명하는 협약으로 배곧신도시 캠퍼스에 들어설 시설의 규모와 종류가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실시협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 2007년부터 본격 논의가 시작됐고, 2011년 기본협약을 체결한 이후 약 10년째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이 와중에 또 다른 복병까지 등장했다. 서울대가 속해있는 지자체인 관악구와 일부 학생이 시흥 캠퍼스 이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계획에 대한 전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시흥시와 대학본부, 시공사 사이의 이권 거래 속에서 학생은 상주인원 확보를 위한 협상카드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미 분양 받은 입주자 '발만 동동'…무산되면 누가 보상해 주나 

사업이 미뤄지고 불투명해지자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대 캠퍼스 유치가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투자한 분들이 많지만 벌써 몇년 째 이뤄지지 않아 이제 기대조차 없는 것 같다"며 "만약 무산이 될 경우에 누구한테 보상을 받아야 하냐"고 말했다.

배곧신도시입주자총연합회 역시 11일 배곧신도시 생명공원 내 공원관리소 앞마당에서 서울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류호경 배곧신도시 입주자 총연합회장은 "지난 5월 서울대 이사회에서 시흥캠퍼스 건립에 관한 실시협약 체결 계획 안건이 이미 통과됐고 마지막 관문인 총장 재가만 남은 상황인데 총장이 의사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실시협약이 계속 지연되면 배곧신도시 주민들이 서울대 앞에서 집단시위 등 강경 대응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배곧신도시는 서울대 캠퍼스 유치를 장담한 시흥시와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들어서는 교육도시'라고 적극 홍보한 건설사, 일부 학생들의 반대로 관망세로 돌아선 서울대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답보 상태에 빠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서울대 시흥캠퍼스 건립 계획이 무산되면 서울대와 시흥시, 건설사, 배곧신도시 입주주·투자자 등 이해 관계자 간의 복잡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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