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인은 웃고 한국인은 울고’… 생활고 시달리는 수입차 판매사원

‘한국 법인은 웃고 한국인은 울고’… 생활고 시달리는 수입차 판매사원

기사승인 2016-08-24 17:22:13

[쿠키뉴스=이훈 기자] #학력도 좋지 않고 집도 가난한 김모(35·남)씨는 남들보다 열심히 하면 보상이 크다고 소리에 수입차 영업직에 도전했다. 입사 시 기본급이 있어 안정적 생활이 가능할 것 같았으며 수당도 있어 나만 열심하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차 한 대를 팔면 45만~70만원 정도의 수당이 책정됐으며 수당을 받았다는 이유로 기본급을 주지 않았다. 특히 차를 구매한 고객에게 선팅, 블랙박스 설치를 사비로 지원했으며 영업을 위해 골프백, 우산, 키지갑 등 판촉물도 판매사로부터 구매했다. 영업 실적이 안 좋은 달 주말에는 몸이 좋지 않아도 골프장으로 홍보활동을 나갔다. 결국 돈도 못 벌고 쉬지 못해 건강도 잃은 김씨는 다른 일을 찾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정작 물건을 팔고 있는 영업사원은 생활고에 시달려 도박은 물론 자살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수입차 영업사원이 생활고와 채무를 견디지 못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수입차 전시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량이 24만3900대를 기록했다. 최초 연간 20만대를 돌파했다. 매출 역시 증가했다. 주요 수입차 브랜드 10개사 지난해 총 매출은 11조3652억원으로 2011년 매출 총 5조214억원보다 2.3배 성장했다. 연간 총 영업이익도 2011년 626억원에서 지난해 5163억원으로 8.2배 증가했다.

반면 수입차 영업사원들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A사 수입차 영업사원은 “영업 환경은 달라지지 않는데 판매사들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판매사들은 판매 대수를 맞춰야 한국법인으로부터 다음 물량을 받을 수 있어 마이너스로 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W사의 경우 한 달 13대를 팔며 지점 1등 수준이지만 500만원밖에 벌 수 없는 구조”라며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실적만을 강요하다 보니 영업직원이 손해를 떠안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영업사원은 1~1.5%의 판매수당으로 받는다. 규모가 큰 판매회사 소속은 기본급을 받지만 100만원 조금 넘는 금액에 세금을 제외하면 2인 최저생계비 110만원도 안된다.

영업사원은 판매수당에서 구매고객에게 선팅, 블랙박스 설치 등의 용품을 지원해야 하며 골프백, 우산, 키지갑 등 판촉물도 판매사로부터 구매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 온라인 견적업체들이 인터넷을 통해 차량 견적서를 제공하면서 할인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심지어 무허가 중개인들이 온라인상에서 구매자들을 모아 판매회사와 단체계약을 맺는 변종 영업도 생겨났다. 

이 같은 영업사원의 불리한 영업 환경은 고객에게까지 피해가 온다. 영업사원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수입차 시장의 규모가 축소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영업사원 기본급 보장과 함께 한국 법인에서 가격 틀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hoon@kukinews.com

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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