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 규제 완화 갑론을박…복지부 “크게 고민할 것”

노인요양시설 규제 완화 갑론을박…복지부 “크게 고민할 것”

기사승인 2024-09-24 18:03:02
‘초고령사회 요양서비스 활성화 방안’ 세미나 현장에서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원들이 요양시설 임대허용에 반대하는 펼침막을 들고 있다. 박동주 기자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요양시설 공급 규제 완화 정책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요양서비스 활성화 방안’ 정책세미나에서 규제 완화로 대규모 요양시설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에 반대하는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혔다.

노인복지법 등 현행법상 노인복지주택을 운영하려면 자신의 토지에 건물을 직접 설치해야 한다. 설치 자금을 투자하고 시설을 소유해 운영까지 하려는 주체는 많지 않다.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하는 비용을 대려면 투자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 관련 사업 진출을 검토했지만 KB 등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면 대다수 비용 부담에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이에 지난 7월 정부는 노인복지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임차 등 토지와 건물 사용권만으로도 노인복지주택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소유하지 않아도 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와 요양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먼저 토론을 시작한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단기간에 고령자 주거 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유 규제 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가 선호하는 도시 지역에 양질의 대규모 시설을 공급하려면 리츠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에 동의한다고 했다.

리츠(REITs)란 여러 투자자의 자금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배당하는 간접투자 상품이다. 투자자가 여럿이다 보니 투자한 부동산은 반드시 자산보관기관에 신탁해야 한다. 노인요양시설을 짓더라도 소유권을 유지할 수 없어 운영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소유 규제를 완화하면 도시에 대규모 시설을 지을 수 있을 만큼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송 위원은 “사모펀드나 리츠가 시장에 참여할 때는 안전장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나 리츠는 시설을 매각 후 재임대하거나 재산세‧화재보험료‧수리유지비 등을 임대료에 포함해 매년 금액이 오르는 등 운영사에 큰 비용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 위원은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양업계, 규제완화 반대 “시설 부족하지 않아”

요양업계는 소유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박종림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부위원장은 보험사가 토지와 건물을 모두 매수한 KB라이프의 위례 빌리지를 예로 들어 “보험사가 설치 기준을 준수해서 진입하면 반대하지 않는다”며 “임차허용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후 요양시설 진입 규제를 풀어달라는 건 초기 투자 비용과 경영 리스크를 손쉽게 해결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 부위원장은 “진입 규제 완화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며 “시설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는 공공기관을 설립하고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원활한 인력 수급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보험사에는 “인적, 경제적 인프라를 이용해 일본의 솜 홀딩스처럼 서비스 제공을 위한 교육 개발과 AI 스마트 서비스 도구 개발 등 연구 활동으로 요양 서비스 활성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박 부위원장은 “노인 요양시설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박 부위원장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전국 6314개 노인 장기요양시설의 현재 공실율은 20%였다. 박 부위원장은 “그럼에도 작년 1년 동안 285개 시설이 증가했고 매년 증가 추세”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기준 1000만명을 넘긴 노인 인구 중 단 14.5%인 145만명만이 장기요양 등급을 신청했고, 그 가운데 시설에 입사할 수 있는 1,2등급 판정을 받은 이들은 15만2000명에 그쳤다고도 했다. 전체 노인 인구의 11.52%만이 시설 수요라는 설명이다.

비장기요양서비스 대상을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세미나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 임동민 과장은 “현재 요양 서비스 대상은 12% 정도로 크지 않다”며 “그럼 나머지 90% 이상의 어르신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함께 고민이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임 과장은 끝으로 “다양한 주거복지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주거 서비스 등은 앞으로 저희가 굉장히 크게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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