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정신질환자의 예방, 치료 및 재활을 위한 목적으로 처음 제정되었던 정신보건법이 지난 해 개정되어 5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명칭 또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로 바뀌어 단순히 정신질환의 치료 영역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정신질환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국민들의 정신건강 증진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는 법으로 재탄생되었다.
이 법의 기본이념은 “모든 국민은 정신질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로 시작한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며 예상치 못했던 재난 또한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 10여 년째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현실에서 이제는 국가가 먼저 나서서 국민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선제적으로 찾아보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점을 이 법은 강조하고 있다.
2016년 발표된 정신건강 종합대책에서도 명시되었듯이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신건강증진사업이 정신건강복지법의 시행을 통해 명문화되었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업 추진에 보다 탄력을 받게 되었다. 한마디로 사회적 편견이나 보험 가입과 같은 제도적 차별이 두려워 쉽사리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국민들이 부담 없이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의 핵심 사항 중 하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 보장이다. 이를 위해 비자발적인 입원 절차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 행여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 요소를 차단하고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2016년 9월 헌법재판소는 기존 정신보건법의 비자의 입원 조항이 헌법에 불 합치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정신질환자의 기본권 보장을 강조한 헌법재판소의 지적 사항이 상당부분 보완되어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인해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진일보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신질환자의 복지서비스를 정책적으로 수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고용 및 직업재활, 평생교육, 문화․예술․여가․체육활동, 통합적 치료재활 서비스 등의 내용이 법안에 포함되어 있다.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통해 소외되어 있던 정신질환자들에게 희망이 깃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만성적인 질환이다. 몇 개월의 약 복용과 한 두 번의 입원 치료만으로 사회 복귀가 충분한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며 이들이 사회적 구성원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거주와 증상조절, 교육이나 일자리 등의 영역에서 통합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물론 법안이 현실에 적용되어 모든 정신질환자들의 삶의 질이 월등히 향상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과 예산의 뒷받침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며 우리나라에서 적용 가능한 모델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신질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재탄생한 법률을 토대로 점진적인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다.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고 정신질환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데 충분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법 개정 과정에서 여러 측면이 고려되기는 하였으나 당사자와 인권단체, 전문가단체의 의견이 합의를 거쳐 모두 반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기존 정신보건법에 비해 한 걸음 더 전진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모쪼록 긴 안목을 가지고 국민 모두의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정부와 사회 모두의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국민의 정신건강증진을 통한 행복한 삶을 구현하고 정신질환자들이 우리 이웃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