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중앙감시실 내 근무 중 마실 물을 제공해 달라.”
민주노총 일반노조 경남청사관리소 비정규직지회(지회)가 지난달 31일 노사 첫 상견례 자리에서 원청업체인 행정자치부 산하 정부경남지방합동청사(경남청사)에 이같이 요구했다.
이날 지회는 경남청사에 올해 임금‧단체협상 우선협약 요구안을 제시했다.
지회는 경남청사에 근무하는 시설관리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최근 노조를 결성한 이들이 처음으로 원청업체에 제 목소리를 낸 것이다.
다소 황당한 듯한 ‘먹는 물 제공 요구’는 지회의 우선협약 요구안 중 첫 번째다.
이들이 실제 근무 중 마실 물이 없어서 달라고 요구하는 의미가 아니다.
경남청사는 지난해 1월 A업체와 3년 동안 청사 내 건축‧기계‧소방‧전기 분야 관리 등 시설관리 업무의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특수조건에는 “발주처(원청업체)는 수탁업체(하청업체)에게 원활한 용역업무 이행을 위해 필요로 하는 사무실, 창고, 전력, 용수공급 등의 편의를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노조는 원청업체가 마실 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 비용은 하청업체가 지불하고 있다.
유경종 일반노조 중부경남지부장은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교섭에 참여했지만, 이번 경우처럼 ‘마실 물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기는 처음”이라며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무 중에 마시는 물 값까지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회는 이뿐만 아니라 당직자 의자를 목 받침대가 있는 것으로, 유급 3일 간 여름휴가,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시간 확보 등을 요구했다.
지회 관계자는 “저희가 요구한 것은 당연한 기본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갑의 눈치를 봐야하는 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남청사 관계자는 “계약조건에는 ‘용수’로 표기돼 있을 뿐 ‘음용수’가 아니다. 이와 별개로 마실 물 관련해서는 복리후생비에 포함돼 있어 하청업체에서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회와 임금‧단체 협상 대상은 하청업체이지, 원청업체가 아니지 않느냐”며 “다만 원청업체가 도와줄 부분이 있다면 돕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경남청사는 하청업체 인사권에 개입하고, 이례적으로 하청업체 측으로부터 장비 소유권을 넘겨받은 사실이 드러나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또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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