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㊵] 커피는 마약인가?

[최우성의 커피소통㊵] 커피는 마약인가?

기사승인 2017-06-01 14:27:34

대한민국은 지금 마약열풍 속에 있다.

이 말만 들으면 긴장하겠지만 사실은 마약처럼 중독된다고 하여 음식마다 '마약'이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것이 유행이라는 말이다. 마약떡볶이,마약김밥, 마약쿠키... 

마약이라는 것은 본래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파멸시키는 향정신성 물질을 가리킨다. 마약에 한번 노출되면 그 사람의 인생은 끝이다. 헤어 나올 수없는 덫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건강했던 한 사람의 인생이나 가정이 마약으로 인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래서 마약이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될 무서운 말이다. 자주 듣다보면 친화력이 생기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호기심이 생겨서 마음의 빗장이 열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최근 우리나라의 방송계에서 사용하는 언어들에 문제가 많다. 전에는 ‘스타’라는 말로 연예인을 높이면 최고의 대우였는데, 이름 앞에 ‘갓’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신격화하기까지 한다. 

더 이상 갖다 붙일 수 있는 단어가 사라졌을 때, 그 다음에는 어떤 수식어를 붙이게 될까? 

어쨌든 마약이라는 말은 참으로 무서운 말임에도 불구하고 맛있다는 의미로 잘도 갖다 붙인다. 

커피나 음료에 마약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조심스럽다. 최근 호주에서 수입하는 인스턴트커피를 마약커피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만큼 중독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커피는 종종 마약상들이 마약을 숨기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기에 커피에 마약이라는 말을 붙이는 태도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사람이 자기 의지로 중단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절대 자기 의지로 끊을 수없는 것이 있다. 기독교의 경전인 성서에서는 이런 의미 있는 교훈을 발견한다. “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버리라”

커피는 마약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약이 아니다. 중독되는 물질을 마약이라고 말한다면 담배는 마약으로 분류하는 것이 마땅하다. 중독의 특징을, 지나친 의존성과 금단현상이라고 볼 때에 담배는 특히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커피의 중독은 조금 다르다.

커피에서 중독이라고 말하는 것은 카페인 중독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커피에 중독되었다고 말할 때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자꾸만 마시고 싶어지는 기호성의 증가와, 많이 마시게 될 때 신체에서 일어나는 카페인 중독현상이다. 

기호성의 증가는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카페인 중독은 손 떨림 현상이나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적당량을 섭취했을 때는 긍정적인 효과가 적지 않으나 권장량을 넘어서 섭취했을 경우에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카페인 중독현상은 커피를 잠시 안 마시면 금세 사라진다. 카페인이 사람의 몸에 잔류하는 시간이 대략 3~4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약은 끊으면 금단현상이 나타나지만 카페인 중독은 커피를 끊으면 사라진다. 

더위에 지치기 쉬운 여름이 다가온다. 차가운 아이스커피가 당기는 계절이다. 하지만 아무리 커피를 좋아한다고 해도 손이 떨리는 증상이 생기거나, 갑자기 짜증이 많아진다면 커피중독일 가능성이 있다. 이때 가장 좋은 치료법은 마시는 커피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국제보건기구(WHO)의 카페인의 성인 적정 섭취량은 하루 400mg이하, 커피 석잔 정도이다. 

참고로 매년 6월26일은 1987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정한 마약퇴치의 날이며, 올해부터는 우리나라의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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