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지난 19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의 배우 김선아를 본 시청자들은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을 떠올렸다. 12년 전 작품이 언급될 정도로 김선아가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보여준 연기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동시에 ‘품위있는 그녀’에서 김선아가 보여준 연기가 12년 전 대표작을 소환할 정도로 뛰어났다는 의미도 있다.
지난 21일 서울 언주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선아는 ‘품위있는 그녀’를 처음 만났던 1년 3개월 전을 회상했다.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공통점이 있는 ‘내 이름은 김삼순’을 언급하기도 했다.
“‘품위있는 그녀’ 얘기는 지난해 5월쯤 처음 들었어요.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윤철 감독님이 재밌는 드라마가 있다면서 소개해주셨죠. 백미경 작가님은 ‘품위있는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이 내레이션과 복자가 죽고 시작하는 독특한 전개를 꼽으셨는데 저도 그런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내레이션으로 진행되고 김윤철 감독님이 연출하는 건 ‘내 이름은 김삼순’과 같지만, 작가님들의 전개방식이나 감독님의 연출 색깔이 정말 달랐어요. 이번 드라마에선 내레이션 톤도 저음을 내려고 노력했어요.”
이날 김선아는 사전제작으로 진행된 ‘품위있는 그녀’ 촬영 중 스스로 확신이 안 서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마다 김윤철 감독에게 수많은 질문을 하며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다고 고백했다.
“촬영 전에 궁금한 게 있으면 감독님에게 시도 때도 없이 계속 질문을 했어요. 하지만 촬영에 들어간 이후에는 각자의 일에 집중하느라 서로 정신이 없었죠. 그러다가 6~7회쯤 복자가 고향집에 간다고 하고, 어떤 2층 집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집이 복자가 진짜 살았던 집이었으면 편한 모습일 거고, 아니면 다른 모습이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죠. 그러자 드라마에 복자의 진심이 드러나는 장면은 몇 장면이나 될지 궁금해졌어요. 촬영을 할 때마다 이건 복자의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감독님이 ‘선아 씨의 본능과 직관을 믿으세요’라고 하셨어요. 그 얘기를 듣고 혼자 복잡하게 생각한 것들을 다 지워버리고 처음 복자를 접했을 때의 느낌으로 다시 출발했어요. 그냥 부딪히자고 생각하니까 궁금한 것도 사라지고 편해지더라고요.”
김선아는 인터뷰 도중 ‘품위있는 그녀’에 등장하는 대사들을 박수치면서 봤다고 극찬했다. 특히 극 중 박복자의 친한 언니 천방순(황효은)이 내뱉는 “밥 드려?”라는 대사를 예로 들며 ‘품위있는 그녀’가 왜 좋았는지도 털어놨다.
“전 박수치면서 대본을 봤어요. 초반에 시작할 때부터 끝나고 나서도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최고의 대본이라고 생각했죠. 별거 아닌 말도 이렇게 특별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줬거든요. 특히 ‘밥 드려?’ 이 대사는 정말 멋지지 않나요. 이 짧은 대사 한마디를 살려서 회자될 수 있게 하는 건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내 이름은 김삼순’도 그렇잖아요. 12년이 지난 지금도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라는 대사를 기억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때마다 배우도, 대본도 많지만 어떤 한 장면이나 대사 한 마디를 누군가의 가슴 속에 남기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해요. ‘품위있는 그녀’를 찍으면서도 그런 걸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 좋았어요.”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