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조현병 환자 소외는 이제 그만, 적극적으로 보살피자

[건강 나침반] 조현병 환자 소외는 이제 그만, 적극적으로 보살피자

기사승인 2017-09-21 09:42:38

[쿠키 건강칼럼] 최근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내한해 강의를 하는 것을 보면서 인류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반도에 거주했던 직립원인(호모 에렉투스)의 후예가 아닌 동아프리카에서 거주하던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라는 새로운 사실은 그동안 배워왔던 역사 지식을 가히 뒤엎는 새로운 주장으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호모 사피엔스는 수렵 채집인 생활을 하다가 이집트를 지나 현재의 중동 지역에 거주하면서 농경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구석기시대의 수렵채집인들은 야생 동물에게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변의 희미한 냄새, 풀숲의 발자국이나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감지하여 미리 도피해 살아남는 ‘선제적 징후 공간 우위성’을 가졌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러다가 신석기시대로 접어들면서 해 뜰 무렵 일어나 씨를 뿌리고, 제 때 물을 대고, 보살피로 수확해 저장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점차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강박적 농경민으로 변모를 이루게 됐다.

즉 농경지가 확대되면서 인구가 늘고 야생동물의 위협에서 안전한 마을이 형성되면서 점차 수렵채집인들의 수렵과 생존에 필수적인 편집증적 민감성은 효용 가치를 잃게 되면서 이들은 강박적 농경인들 사회에서 소수자로 전락하여 그 칭송받던 주도적인 위치를 잃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인류의 진화적 관점을 현세의 정신질환과 연관시켜 보는 것도 흥미롭다.

결국 미세한 주변에 대한 감각이 발달해서 살아남았던 인류의 유전자를 ‘분열성 친화자’라고 명명 할 수 있는데, 이 친화자를 가진 사람은 들릴 듯 말 듯한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와 표정, 몸짓 등 징후를 포착해 자신의 경험과 사고를 바탕으로 인지해 자기만의 이야기로 각색을 하는데, 많은 경우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즉 이 상황은 조현병 환자가 보이는 환청, 관계망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결국 사회의 발달, 도시화로 인해 수렵 생활에 유리했던 유전자를 보유했던 인류가 민감성 보다는 규칙과 강박적 직업윤리를 강조하는 농경 생활에 적응 못한 소수자로 대변되는 조현병 집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현병 집단에서 많이 보이는 ‘분열병 친화 유전자’는 꼭 도태되어야 할 인류의 유전자일까?

남들이 느끼지 못할 때 미리 앞을 내다보고 변화 경향을 예측하여 장래에 대한 예방을 미리 강구하는데 활용된다면 이는 다시 ‘선제적 우위성’을 나타낼 수 있다. 즉 이 유전자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추정되는 수렵채집인 유사 집단도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기능해야 하는 우리의 일부일 것이다.

그러기에 이들이 우리와 틀리다는 이유로 배척하거나 정신병원에 격리시키는 일은 인류학적으로 옳지 않을 것이다. 현대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해 사회에서 철퇴되어 지내는 이들의 선제적 특질을 훼손시키지 않고 우리 지역사회에 적응하도록 도와가며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미래를 위한 생존의 길이 될 것이다.

오히려 조현병 환자의 사회복귀에 최대의 장벽이 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강박성, 즉 주변 사람들이 환자의 분열자 기질을 집착기질로 바꾸어 놓으려는 시도라고 일본의 정신과의사 나카이 히사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와 ‘다른’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틀린’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배척하려는 사회는 결국 차별과 낙인이 만연해 중요한 구성원을 잃어버리고 생존하지 못해 도태될 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태도를 바꾸어 주류사회에서 소외되는 취약한 계층을 돌보지 않는 다면, 우리의 사회는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진화, 혹은 다양성으로부터 멀어져 강박성만이 범람하는 위험에 처하게 될 지도 모른다.

황태연 국립정신건강센터 부장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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