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평창 바라보는 피겨 대표팀, 정치적 피해자 되나

[옐로카드] 평창 바라보는 피겨 대표팀, 정치적 피해자 되나

기사승인 2018-01-05 16:12:07

이상만 좇는 정치 논리에 피겨 대표팀 분위기만 어수선해졌다.

지난 2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남북 피겨 단일팀에 대한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는 남녀 싱글하고 아이스댄싱이 있는데 남녀 페어가 없다. 반면 북한은 남녀 페어에서 참가 자격을 얻어 절묘하게 돼 있다”며 조율을 거쳐 남북 단일팀이 구성이 실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여론이 동요했다. 피겨 대표팀 측도 당혹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 도지사의 발언과 달리 국내에는 남녀 페어팀이 존재한다. 김규은과 감강찬이 그 주인공이다. 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따내진 못했지만 남녀 싱글과 아이스댄싱에서 출전권을 따냈기 때문에 개최국 자격으로 티켓을 확보했다. 김규은-감강찬 조는 다가오는 올림픽 무대를 목표로 스케이트 끈을 더욱 조여 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 도지사의 인터뷰가 찬물을 끼얹었다. 그가 페어팀의 존재 유무를 알고 있었는지, 알면서도 단일팀을 위해 희생을 넌지시 강요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그가 피겨 대표팀 측과의 어떤 소통도 없이 무작정 단일화를 공론화했단 것이다. 

여론이 들끓자 최 도지사 측도 한 발 물러섰다. 최 도지사 비서실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온 말이다. 단일화를 한다면 이런 방안으로 생각 중이라고 의견을 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단일화에 대한 정부 측의 지시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 측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 출전 의사를 밝힌 이상, 피겨 대표팀 단일화 가능성은 충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해 6월부터 꾸준히 남북 단일팀을 제안해왔다. 최 도지사 역시 여럿 매체를 통해 단일팀 구성을 희망한 바 있다. 대표팀 공동 입장. 단일팀 등은 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그림’일 터다. 

하지만 더 이상 여론은 북한 측에 호의적이지 않다. 단일화에 대한 거부감 또한 크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팀 구성으로 피해를 받는 국내 선수들이 생긴다면 더 큰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선수들 대부분은 올림픽 무대를 선수생활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 어떤 선수들에게 올림픽 출전이란 일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한 기회다.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더더욱 그렇다.

올림픽이 한 달 내로 다가왔다. 대회는 4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 되어야 한다. 김규은-감강찬 조도 평창을 향해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치인들의 계산된 논리로 인해 출전권을 박탈당한다면 상실감은 어느 때보다 클 것이다. 북한 측의 비위를 맞추느라 오히려 국민이 상처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해선 안 된다.

올림픽은 세계인들의 평화와 화합의 장이지, 정치적 도구는 결코 아니다. 올림픽의 주인공은 정치인도, 관객도 아닌 오롯이 선수들이어야 한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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