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극 연출가가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SNS에 ‘metoo’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10여 년 전 지방 공연 당시 겪은 일을 폭로했다.
김 대표는 “여관방을 배정받고 후배들과 같이 짐을 푸는데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며 “밤이었다. 내가 받았고 전화 건 이는 연출이었다. 자기 방 호수를 말하며 지금 오라고 했다. 왜 부르는지 단박에 알았다. 안마를 하러 오라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김 대표는 당시 이 연출가가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며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단원에게 안마를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안갈 수 없었다”며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후 이 연출가가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요구했고 “더는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방을 나왔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를 마주치게 될 때마다 나는 도망 다녔다”며 “무섭고 끔찍했다. 그가 연극계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무섭고 끔찍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이제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거 같은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연출가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 지방 공연했던 연극이 '오구'였고 “지방 공연을 마치고 밀양으로 돌아왔다”고 언급해 국내 연극계 대표적인 연출가 중 한 사람임을 암시했다.
이 연출가는 국내 대형 극단에서 작업할 당시 극단 직원을 성추행해 해당 극단이 이 연출가의 작품을 공연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해당 극단 측은 "당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피해자가 공론화되는 것을 원치 않아 앞으로 그 연출가를 극단 공연에 참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